「.....뤽은 프라이팬의 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 때문에 몽상에서 깨어났다. 프라이팬은 관절이 있는 팔을 움직여 계란 하나를 집더니 그것을 깨서 기름에 던졌다. 프라이팬 뒤에서는 커피 머신이 잔에 따뜻한 커피를 따르고 있었다. “자아 맛있는 콜롬비아 커피를 대령했습니다!” 커피잔이 하는 소리였다. 잔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안데스 지방의 팬파이프 선율까지 흘러나왔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단편집 ‘나무’의 내용 일부다. 주인공인 독신남 뤽 베를렌은 진공청소기가 알아서 집안을 청소하고 세탁기가 정해진 시각에 옷을 빨며 주방기기가 사람처럼 말을 걸어 오는 이른바 ‘생명의 흉내를 내는 물건들’이 갖춰진 아파트에 살고 있다. 주인공 뢱에게는 말 상대가 되줄 친구도 필요없다. 텔레비전과 하이파이 오디오 세트가 서로 집주인을 즐겁게 해주겠다고 다투고 아침 식사 중에는 주전자가 밀크 커피를 권하며 날씨 얘기를 꺼낸다. 소설속 가상현실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와 유사한 주거 환경이 등장할 전망이다. 유비쿼타스 아파트(ubiquitous Apartment)는 인터넷과 가전이 융합돼 TV로 전자상거래를 하고 인터넷으로 가스 밸브를 잠그는 신 개념 주거 환경이다. 가전기기 등 주변 사물이 스스로 주관을 갖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철저히 집주인의 의지를 반영해 맞춤형 환경을 구성한다. 실제로 SK텔레콤과 모빌토크는 고객이 소지한 휴대폰을 이용해 현관문이나 가스밸브가 잠겨있는 지를 확인하고 원격으로 제어하며 불법 침입이나 가스누출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동전화단말기로 자동 통보해 주는 네이트 홈 케어(NATE homecare)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아이콘트롤스가 개발한「iHAS-v」는 가전제품과 각종 기기를 연결, 자동화하는 인텔리전트 홈서버다. 이런 가운데 산업자원부도 얼마 전 ‘차세대 디지털 컨버전스 플랫폼(이하 차세대 DCP)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오는 2007년 8월까지 총 5년간 약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송, 통신네트워크가 융합된 환경에서 아파트를 비롯한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각종 디지털 컨버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반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차세대 DCP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아파트 등 집적가구단지를 시작으로 향후 일반 주택 가정에서도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과 컴퓨터, 조명, 난방, 가스 등 설비에 이르는 제반 주택시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바야흐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신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아파트 내지는 유비쿼터스 홈 시장이 탄생할 전망이다. ‘차세대 DCP’ 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 기반 미디어플랫폼(SDMP:Software Defined Media Platform) △멀티미디어 프레임워크 표준기반기술 △IP기반 능동형 미디어 스토리지 플랫폼 △포터블 디지털 컨버전스 플랫폼 등 4가지 요소 기술을 2005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후 2년 간 시범서비스를 통해 비즈니스모델과 응용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게 된다. 산자부는 이를 위해 뉴미디어연구조합을 총괄관리기관으로 정하고 아이콘트롤스, 중앙대학교, 전자부품연구원, 우리기술 등 4개 민, 학, 연 단체를 세부 프로젝트 책임기관으로 선정했다. 차세대 DCP 프로젝트 총괄책임자로 임명된 장태규 중앙대학교 교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이 보편화될 미래에도 우리나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방송, 통신, 가전, 컴퓨팅 등 모든 디지털 자원이 통합되는 디지털컨버전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 기술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장 :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기고 - u컴퓨팅 환경과 홈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 조영조 아이콘트롤스 기술연구소장 youngjo@icontrols.co.kr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기술이 가정 구석구석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즉 간단한 조작만으로 첨단 가전제품들이 저절로 작동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안전하고 편리하며 때로는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과거, 우리에게 친숙한 디지털 기술은 독자적인 첨단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가전제품에 국한됐다. 예를 들어 더욱 편리한 운전 방법을 제공하는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 가전, 우리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오디오나 비디오 기기, 방문자의 영상과 음성을 비디오 폰에 보여주고 안전한 판단이 들 때 간단한 교신 절차로 출입문을 여닫는 기초적인 홈 시큐리티 장치 등에서는 이미 고성능 마이크로컴퓨터를 통한 디지털 기술이 실용화됐다. 그러나 점차 개인 이동전화 기술과 가정 내 브로드밴드 네트워크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가전제품도 독자적인 서비스 뿐 아니라 디지털 통신기술로 보다 확장되고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을 네트워크 가전이라고 하는데 원격에서 이동전화로 가전기기의 상태를 보고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컴퓨터 연산이 수행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의 한 축을 형성해 가면서 홈 디지털 서비스에 있어서도 기존의 분리된 가전제품에서의 독자적인 서비스의 수준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모델이 실용화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 중심적인 키워드는 바로 디지털 컨버전스의 개념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란 말 그대로 디지털과 융합(Convergence)이라는 개념이 결합된 용어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방송, 통신, 가전, 컴퓨터 등이 융합돼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최신 가전제품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는 예는 많다. 인터넷 냉장고나 인터넷전화기 등은 통신과 가전 및 컴퓨터 기술이 융합된 예다. 인터넷 TV 셋톱박스는 방송과 통신 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초고속 정보통신망 보급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정마다 구축된 정보통신 고속도로에 그에 걸맞는 세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탄생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자 하는 요구가 절실하다. 이러자면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연구가 필요한데 그 중심에는 바로 홈 게이트웨이가 자리잡고 있다. 홈 게이트웨이란 외부의 인터넷 통신망과 내부의 홈 네트워크를 이어주면서 네트워크 가전들의 연동이나 원격조작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장치를 가리킨다. 미래에는 전력공급의 두꺼비집처럼 통신의 필수적인 장치로 전 가정에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고급 아파트에는 홈 게이트웨이가 필수 사양으로 공급되기 시작하고 있고 대형 통신사업자들도 기존 주택에 무선 통신망 기반 홈 게이트웨이를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아직까지 홈 게이트웨이는 주택건설업체나 가전업체에게는 홈 시큐리티/오토메이션을 위한 전력선 통신 기반의 장치이며 통신사업자의 경우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인터넷을 공급하는 무선랜 기반의 공유기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즉 부분적인 융합기능으로 단편적인 디지털 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실정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최근 가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컨버전스를 이루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형 통신사업자들과 디지털 방송 사업자들은 방송수신용 셋톱박스와 홈 게이트웨이를 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건설업체에서는 홈 오토메이션 서비스를 위한 홈 게이트웨이에 인터넷 전화기능 등을 결합한 홈 서버를 보급하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디지털 컨버전스 플랫폼(일명 차세대 DCP) 개발’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 기술 벤처들이 공동 개발 중인 SDMP(Software-Defined Media Platform)는 통신, 컴퓨터, 가전, 홈 게이트웨이, 방송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융합 재구성하고 콘텐츠의 개별적 거래환경도 지원해 주는 홈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다. SDMP 기술 개발이 완성돼 제품이 실용화되면 서비스마다 부여되는 서비스 수용장치들을 모두 하나의 플랫폼으로 집대성해 통합된 홈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해 줌으로써 본격적인 홈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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