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산업은 미래의 우리 ‘먹거리’의 핵심적인 성장산업군으로 분류된다. 지난 60년대에는 섬유·합판·가발 등 저숙련·노동집약적 경공업이 우리경제의 맹아기를 이끌었다면 이후 70년대는 철강과 기계·화학 등 자본집약적 중화학공업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드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80년대에 들어서는 가전·조선·자동차 등 조립가공산업을 앞세워 고도 성장경제를 이끌었고, 지난 90년대에 이르러서야 메모리반도체·컴퓨터·통신기기 등 IT를 기반으로 한 첨단산업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현재의 주력산업은 세계적으로 공급이 넘쳐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산업의 혁신이 없고서는 추가적인 산업발전을 기약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 또 고가첨단제품은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상존하는 가운데 저가범용시장은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반영, 우리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종산업간 혹은 동종산업간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 새로운 성장성과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차세대 전략산업을 발굴해낼 수 있다면 우리경제의 도약을 다시 한번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및 업계는 성장성이 높고 산업적·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품목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예컨대 산자부는 10대분야 40개 품목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꼽고 있다. 스마트홈·디지털가전·포스트PC·전자의료기기·비메모리반도체·전자부품소재·바이오·BIT융합기술·환경에너지·항공우주 등을 꼽고 있다. 정통부는 아예 지능형로봇·포스트PC·디지털TV·이동통신·디스플레이·반도체·텔레매틱스·내장형소프트웨어·디지털콘텐츠 등을 9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업계는 차세대 전략산업을 선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날의 위기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가 보다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시스템의 위기’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국가 혁신시스템’을 일류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오늘날과 같은 융합·복합의 시대에는 모든 산업이 성장산업이기 때문에 성장동력으로 무엇을 육성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장동력을 어떻게 육성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손욱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미래전략산업분과위원회에서 “선진국들은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혁신시스템으로 ‘산학연 R&BD 클러스터’ 개발에 주력, 큰 성과를 이룩하고 있다”며 “우리나의 경우 지역균형발전, 동북아허브 구축을 위해 전국에 10개 정도의 ‘산학연 R&BD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전략산업 어떤 것들이 있나 전략산업은 우선 부문별로 스마트홈·디지털가전·비메모리·메모리·전자부품소재·헬스케어·바이오·BIT융합신기술·환경에너지·정보통신·컴퓨터·방송 등으로 구분했다. 미래 신개념의 주거문화시대를 선도할 스마트홈 부문의 경우 디지털홈과 디지털그린가전을 전략산업 부문에 포함시켰다. 두 부문 모두 미래 전략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돼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마트홈의 경우 특히 홈네트워킹·홈오토메이션 등의 디지털기술과 네트워크 가전, 센서·제어기술, 환경기술, 디지털콘텐츠 등이 어우러져 첨단 신기술과 서비스의 융·복합의 형태로 등장할 전망이다. 디지털가전의 경우는 차세대디지털TV와 디지털셋톱박스를 선정했다. 이 부문은 컴퓨터·통신·방송기술이 가전에 접목돼 디지털TV·디지털셋톱박스·DVDP·디지털멀티미디어(DMB) 수신기·인터넷냉장고 등의 모습으로 ‘제2의 디지털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산업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들어있는 메모리·비메모리 부문은 여전히 성장산업으로써 중요성이 부각돼 우리의 먹거리에 포함됐다. 이들 반도체산업은 기존의 D램이나 메모리산업이란 편협된 사고에서 벗어나 IT·BT산업의 핵심 원천기술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산업이다. 특히 앞으로 국가경제의 33% 가량을 담당할 디지털융합시스템의 90% 이상이 시스템온칩(SoC)을 장착할 것이란 점에서 SoC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자부품소재의 경우는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부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부문은 현재와 미래에 디지털혁명을 통해 휴먼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고 전자제품의 소형·경량·복합·고신뢰성·저전력화를 선도,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LED와 유기EL, LC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군의 경우 압도적인 전략산업군으로 꼽힌다. 현재의 큰 먹거리인 동시에 미래의 전략산업으로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2차전지나 센서·전자소재·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도 마찬가지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버의료기기·영상진단기기·모바일헬스케어기기·한방의료기기 등도 성장산업군에 포함됐다. 바이오군의 경우 면역치료제·유전자치료제·세포치료제·약물전달시스템·바이오신소재 등이 꼽혔고, BIT융합신기술 부문엔 바이오칩과 바이오IT가 선정됐다. BIT 융합신기술의 경우 생명공학과 정보공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개발과 이를 활용하는 미래형 융합기술 산업이란 점에서 기술선진국이 독점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정보통신 부문에는 현재에도 강점을 갖고 있고 최근 관심권으로 등장한 차세대폰이 조명을 받았고, 텔레매틱스·디지털콘텐츠 등도 앞으로의 전략산업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이동통신이라는 양대 산업외에도 컴퓨터·통신·다양한 첨단 IT기술의 진보와 참여를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새롭게 인식되는 산업군이다. 컴퓨터 부문의 경우는 임베디드SW·포스트PC, 방송의 경우 DMB가 향후 전략산업으로 분류됐다.
◆어떻게 육성해야 하나 차세대 성장동력 어떻게 육성해야 할까. 손욱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다음과 같은 육성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근본적인 체질 개혁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지난날 IMF·물류대란 등의 위기상황들이 보다 근본적인 체질을 개혁하지 못한데 기인했다고 보고 ‘국가혁신시스템’을 일류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방법의 하나로 손 원장은 ‘산학연 R&BD클러스터’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클러스터는 핵심이 되는 연구중심대학과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및 연국기관들로 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10개의 연구중심대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라는 것이다.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기업 육성시스템을 혁신하고 중소기업 기술혁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요구에 대응한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산업기술대학과 같은 폴리테크닉형 대학을 확산시켜나가고,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엔지니어 양상을 위해 공학교육인증제도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글로벌아웃소싱 시스템을 구축,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발굴, 공급하고 전략시장 개척지원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중소기업가에 의한 기술혁신’을 촉진하라는 주문이다. 지식기반사회는 개인기업가 시대나 마찬가지이므로 중소기업을 약자보호 차원이 아니라 고용과 혁신의 씨앗으로 키우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기술개발만으로는 세계적 기술혁신의 흐름을 이겨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손 원장은 산업기술개발전략도 세계 일류화 품목개발을 중심으로 재편하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산업별·지역별로 구성돼 있는 조합, 협회 등의 활동에 기업 경영자들이 올바로 참여해 협력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중심 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추면 산학연 R&BD클러스터가 활성화되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국제수준의 기술인력이 충분하게 공급되면 산업선진국으로 선진국 진입,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달성할 수 있고, 동북아 R&BD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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