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 글쓰기(Technical Writing) 열풍이 거세다. 서울대 재료공학과 김형준 교수는 학부 학생들에게 세미나 후 리포트를 에세이로 작성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리포트가 어법이 맞지 않고 앞뒤 문장이 어울리지 않아 이해할 수 없기 때문. 또 김 교수는 취업을 앞둔 대학 4학년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조차 스스로 작성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후 글쓰기 교육강화를 위해 학부강의에 관련강좌 개설을 고려중이다. 김 교수는 “이공계 푸대접론을 거론하기 전에 기술자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글과 말로 전달할 수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를 비롯한 각 대학 공대에 글쓰기 관련 특별강좌나 강의개설이 검토중이며 임재춘 교수(55)가 쓴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는 책은 시내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임 교수는 지금까지 LG화학기술연구소, 전자부품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산업기술평가원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추가 강의문의도 빗발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공계가 글을 못 쓴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책을 내고 강의를 다니는 것은 임 교수가 처음이다. 임 교수는 영남대에 ‘의사소통기술’이란 과목으로 객원교수로 부임한 이후 공대생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으며 최근에는 ‘한국 TC(Technical Communication) 협회’ 창립을 위해 연구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기술자, 교수, 매뉴얼 제작자, 번역가, 교정가, 웹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글과 관련된 교육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받기 위해선 관련협회가 필수적이라고 느꼈기 때문. 임 교수는 “글 잘 쓰는 과학자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인 MIT 근처 서점에서 수 십 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전공서적이 아닌 작문책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이공계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쓰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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