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반도체(ASIC) 벤처기업들이 영세성을 벗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 인수·합병(M&A) 등에 나선 가운데 상반기 매출이 200억원이 넘는 업체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연말에는 반도체 매출만으로 100억원이 넘는 업체가 10여개로 늘어나 ASIC업계에서도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구동IC업체 토마토LSI(대표 최선호)는 최근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실적 발표회에서 상반기 매출이 총 208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소형 흑백·컬러 디스플레이용 구동IC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 국내 휴대폰업체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내수용 모델에서 외산을 대체한 데 이어 수출용 단말기에도 채택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실적은 작년 동기보다 200% 이상 성장한 것이며 하반기 양산물량 계약도 마친 만큼 올해 400억원의 매출실적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전망이다. ASIC업체로 반기 매출이 100억원이 넘어선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며 예상대로 연 매출 400억원을 달성할 경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ASIC업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이 거의 전무했다가 올해부터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상반기 매출이 50억원이 넘어선 업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카메라폰용 애플리케이션IC를 개발한 코아로직(대표 황기수)는 올 상반기 약 6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회사는 예정돼 있는 기존 계약물량과 최근 맺은 대규모 양산계약 등을 포함한다면 올해 200억원대가 넘는 매출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밝혔다. CMOS 직접변환 방식의 고주파(RF) IC업체 지씨티세미컨덕터(대표 이경호)도 지난해 하반기 맺은 내셔널세미컨덕터와의 장기공급 계약으로 상반기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반기에는 블루투스·무선랜칩 등의 대량 생산으로 연 매출 2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코스닥 등록을 위해 공모를 시작한 CDMP3 코덱칩업체 MCS로직(대표 남상윤)은 상반기 65억원의 실적을 거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난히 100억원대를 넘길 전망이며, 카메라폰용 애플리케이션IC업체 엠텍비전(대표 이성민)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거의 없었던 칩 매출이 올 상반기에는 87억원을 거뒀다. 이외에 디자인하우스인 다윈텍(대표 김광식)과 상화마이크로텍(대표 이길용)도 모두 작년 대비 1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 각각 80억원, 70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선전은 IMF 이후 설립된 ASIC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둬 규모의 경제 기반을 갖춰가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로 갈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로 풀이된다. 토마토LSI 최선호 사장은 “ASIC업체들이 영세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실적발표회를 가졌다”면서 “시장에서 기술력만 인정받으면 ASIC업체 중에서도 향후 2∼3년내 매출 1000억원대의 규모를 가진 대표기업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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