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문화콘텐츠 상품 전문매장인 프낙(Fnac). 4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이곳에서는 전세계 영화·애니메이션 등 영상콘텐츠를 비롯해 게임·음반·만화·도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상품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영화·연극·뮤지컬 등 공연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아울러 예매도 할 수 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밤 12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에 문화예술을 즐기는 많은 파리 시민들이 찾는다. 프낙은 파리에 10개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 60여개의 매장이 있다. 프낙이 프랑스의 대표적인 판매시장이라면 비디오퍼더는 대표적인 대여시장이다. 프랑스 전국에 60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비디오퍼더는 DVD·비디오·게임타이틀 등을 종류에 따라 그리고 신작과 구형에 따라 2.08∼3.48유로(약 2500∼4500원)에 2일에서 길게는 5일까지 대여한다. 회사가 밀집해 있는 오피스타운에서부터 주택가까지 깊숙이 들어서 있는 비디오퍼더에는 특히 자동대여반납기가 설치돼 있어 24시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비디오퍼더를 찾은 대학생 미셸 뒤브아는 “방과후 집에 가는 길에 들른다”며 “과거에는 주로 직접 구매했으나 최근에는 수집 필요성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미셸은 또한 “자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은 수도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문화상품을 직접 구매할 여력이 없어 대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성인들은 대여보다는 여전히 구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에는 대여시장 이외에 중고시장도 상당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파리의 콜리냥쿠르와 방보 등 젊은층이 즐겨 찾는 장소에는 벼룩시장 형태로 장이 서며, 이곳에서는 시중에서 22유로 내외에 판매되는 문화상품들을 10∼15유로에 구할 수 있다. 대여 및 중고시장이 성장세를 지속함에 따라 문화콘텐츠 상품을 판매하는 업계는 다양한 마케팅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격할인과 번들정책이다. 프낙을 비롯해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채택하고 있다. 가격할인 정책의 특징은 출시 당시 가격을 대폭 인하해 판매하다가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난 후 장가로 올리는 정책이다. 주로 음반에 적용되며 최초 18유로에 판매했다가 2∼3개월 후에 22유로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번들정책은 영화·애니메이션·음반 등에 적용되는 것으로 어떤 작품이 출시됐을 경우 그 작품에 참여한 감독·배우·가수의 다른 작품을 함께 번들로 제공하는 것이다. 가격은 하나의 작품을 번들로 제공할 경우 15∼25유로, 2개의 작품을 제공할 경우 25∼30유로에 판매한다. 프낙에서 일하는 세르주 디클레르크는 “출시와 동시에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홍보의 일환이며 번들정책은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문화콘텐츠 산업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전분야에 걸쳐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프랑스가 자체적인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를 어느 정도 형성하고 있어 외국 시장의 침체에 크게 요동치지 않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영화산업은 자국산 영화 강세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1년말 기준으로 프랑스의 영화입장객은 1억8600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2% 가량 증가했다. 프랑스 영화는 2001년 7700만명으로 4720만명을 기록했던 2000년에 비해 관객수 기준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영화 수출실적도 2000년에 7165만유로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비디오·DVD 등 영화파생상품 시장도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1년 비디오 제작 증가율은 25%를 나타냈으며 특히 DVD시장은 전년도에 비해 2000년은 3배, 2001년에는 2배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애니메이션산업의 경우 규모면에서는 미국·일본에 이어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매년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 전망이 매우 밝다. 정부산하 문화산업지원기관인 영화·영상산업투자회사체(SOFICA)는 전체 영상산업 투자의 85%를 애니메이션 부문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립영화진흥센터(CNC) 산하의 영상프로그램지원기구(COSI)도 애니메이션 예산을 계속 늘리고 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산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제작을 들 수 있다. 최근 제작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약 73.4%가 외국기업과 함께 만들고 있는 것이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화산업은 미국의 코믹스(Comics), 일본의 망가(Manga)와 구별되는 나름대로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성인용 만화시장이 상당한 규모로 커지고 있다. 만화시장은 판매시장이 68%로 가장 크며 일반 대여시장과 도서관 대여시장 규모가 각각 22%와 15%로 파악되고 있다. 프랑스 만화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애니메이션·영화 등과 깊이 연관짓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00년에 개봉됐던 프랑스 영화 아스터릭스(Asterix)와 마찬가지로 만화를 기반으로 한 극장용 영화와 TV시리즈 등 영상콘텐츠의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음반시장은 20억달러로 세계 5위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 음반시장의 특징은 자국음악이 강세를 띠고 있다는 점으로 50% 이상이 프랑스 음악이며 영국을 비롯한 외국음악이 38%를 그리고 7% 가량은 클래식 음악이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음반시장도 98년도부터 매년 100% 이상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02년에는 3650만파운드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리드미뎀의 홍보책임자인 제인 가톤은 “지난해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음반시장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었으나 프랑스는 자국산 음악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특히 영화 및 드라마의 주제가가 좋은 반응을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문화산업 지원정책
프랑스 정부는 20세기 중반부터 ‘국가를 문화로 일으켜야 한다’고 주창하며 문화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프랑스의 문화산업은 유럽에서 가장 앞서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미국,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부는 문화산업을 크게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영상산업과 게임·교육디지털콘텐츠를 포괄하는 멀티미디어산업, 출판·미술 등 고급예술산업, 음악산업 등으로 구분해 지원하고 있다. 문화산업을 지원하는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을 보면 문화통신성을 비롯해 국립영화진흥센터(CNC), 영화·영상산업투자회사체(SOFICA), 국립서적센터(CNL), 국립만화영상센터(CNBDI) 등이 있다. 문화통신성은 지난 97년부터 ‘데포레갈 온라인’이라는 정책을 펼치며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데포레갈 온라인은 16∼17세기 도서와 회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품을 국가가 종합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정책으로, 상용화된 문화콘텐츠를 모두 국가에 의무적으로 기증하는 일종의 칙령이다. 이를 통해 모아진 자료는 프랑스국립도서관과 국립오디오비주얼연구소 등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통신성은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을 위해 ‘브루노 오리-라볼레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10개의 단기정책과 9개의 중장기정책으로 구성돼 있으며 문화유산의 디지털화, 디지털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등이 핵심이다. CNC는 문화통신성 산하 지원기관으로 영화·애니메이션을 포함해 다양한 멀티미디어콘텐츠에 지원하고 있다. 주요 지원내용을 보면 영상콘텐츠에 대해 제작에서부터 배급, 개봉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지원하는 자동지원(automatic support)과 재정지원, 편집지원, 지원기금 마련 등 선별지원(selective support) 등이 있다. 이와함께 영상과 관련한 기술개발, 전문적 인력양성 등에 나서고 있으며 또한 프랑스 영상물의 해외 홍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81개 지방정부와 협정을 맺고 지방 영화제작, 배급, 개봉 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SOFICA는 영상산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85년에 설립된 회사체로 세제상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민간자본의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로 CNC가 인가한 영상물에 대해 자금을 조성해 투자하고 있다. CNL은 만화가 및 만화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만화잡지 제작비용 등에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CNL은 투자기관 및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만화산업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CNBDI는 만화관련 자료센터를 구축, 정보를 제공하며 또한 1년에 3∼4회 가량 만화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파리=김준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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