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전기·전자 및 IT수출액은 11월 현재 130억1538만달러. 미국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IT시장의 최대 수요처다. 미국 IT시장의 부침에 따라 세계 각국의 IT산업은 물론 증시마저 들썩인다. 미국 IT경기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전반적인 약세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북핵문제 촉발, 이라크 공격 임박, 테러위협 상존 등에 따른 미국내 경제에 대한 엇갈린 해석과 전망이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IT시장의 최신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한해를 설계하고 준비해야하는 관련업계의 입장에서 매우 의미있고 중요한 작업이다. 이에 본지는 KOTRA 샌프란시스코무역관과 공동으로 미국 IT시장의 메카, 실리콘밸리의 새해 트렌드를 10대 품목별로 상세히 짚어봤다. 편집자
1. 반도체 ◇시장전망=현지 D램업계는 일단 새해 미국내 반도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전미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35% 증가한 200억달러. 2004년에는 43% 증가한 290억달러까지 늘 것으로 SIA측은 전망하고 있다. 전문 컨설팅업체들 역시 올해 25% 내외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의 상승을 전제로 한 관련 기업의 설비투자도 올들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올해 25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인피니온, 마이크론 등이 각각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의 설비투자는 기본적으로 300㎜ 웨이퍼 공장 건설에 집중 투입된다. ◇기술동향=공정 기술면에서 올해는 90㎚ 시대의 본격 개막이 예고된다. 이를 계기로 오는 2005년에는 65㎚, 2010년에는 45㎚ 또는 그 이상의 미세공정 단계로 넘어갈 전망이다. 실제로 인텔, TI, AMD 등에서 연내 90㎚의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올해는 와이어리스 랜(wireless LAN)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와이어리스 랜의 하드웨어 시장이 무려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와이어리스 랜 서비스는 현재 미국내 10여개 도시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연내 50개 이상의 도시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핵심 칩을 놓고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선두업체인 인터실은 IEEE 802.11 b/a/g 표준을 모두 충족하는 칩세트를 곧 발표한다. 시스코와 프록심은 b/a를 충족하는 칩을 개발, 시판중이다. 휴대폰과 텔레매틱스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CMOS 이미지센서의 강세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는 CCD 센서의 우세가 각각 예상된다. 인텔 개발자 포럼의 보안 칩(La Grande) 발표를 계기로 클라이언트를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솔루션상의 보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텔이 개발하는 칩은 MS의 디지털 저작권 관리 프로그램인 팔라디움(palladium)과 함께 사용된다. 웨이브사의 엠버시는 케이블셋톱박스, 스마트카드 판독기, 보안 키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다. SRI, 넷스크린 테크놀로지 등은 방화벽 기능을 SW가 아닌 칩으로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저전력(low-power) 문제도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할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인텔의 차세대 저전력 칩인 ‘배니어스(Banias)’는 올 상반기께 출시된다. 배니어스는 최대 소비전력이 7W, 대기상태 소비전력이 1W다. 현재 전력소비의 절반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의 트랜스메타사는 배니어스보다 한발 앞선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TM8000’을 연내 선뵌다. 이 제품은 칩이 담당하는 많은 역할을 SW가 맡도록 해 전력소비를 최소화한다는 개념이다. 이밖에 블루투스 칩 가격하락에 따라 와이어리스 분야에서는 블루투스와 와이어리스 랜의 통합 칩 개발이 현지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2. 휴대폰 ◇시장전망=지난해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디지털카메라 부착형 휴대폰’이 미국시장에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뵐 예정이다. VGS급 디지털카메라 부착은 제품의 가격이나 무게 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카메라 부착 휴대폰의 본격 출시는 무엇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더욱 반기는 추세다. 카메라 부착 휴대폰의 보급은 필연적으로 전송 데이터량의 증가를 불러온다. 소비자는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e메일 등으로 타인과 주고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올해 CDMA 1X, GPRS를 이용한 데이터서비스 가입자수는 25%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곧 기업의 데이터 저장 및 전송 관련 하드웨어 시장의 수요를 촉진해 고속 이더넷, 기가비트 이더넷으로의 업그레이드 열풍이 예고된다. 반면 카메라 부착 휴대폰의 보급 확대는 200만화소 이하의 저가형 디지털카메라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기본적으로 통화기능 위주의 기본형 휴대폰 시장은 점차 축소되고, 데이터 전송, 영상통화 기능의 휴대폰은 점차 보편화돼 오는 2004년이면 영상통화 휴대폰이 단순기능형 제품시장을 능가할 것이라는 게 현지의 관측이다. ◇기술동향=먼저 휴대폰용 카메라에 CMOS 이미지센서의 사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CMOS 이미지센서는 CCD보다 전력소비를 현저히 줄일 수 있으며 휴대폰의 크기도 더욱 작게 구현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소재 내쇼날 세미컨덕터사는 최근 휴대폰 및 자동차용으로 7종의 CMOS 센서칩을 출시했다. 옴니 비전 테크놀로지스사도 지난해만 휴대폰용 CMOS 센서를 100만개 이상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휴대폰 및 자동차용 CMOS 센서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은 오는 2006년까지 매년 40% 내외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는 또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디자인(설계) 아웃소싱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에릭슨, 지멘스, 알카텔은 물론 모토로라, 에릭슨, 노키아 등과 같은 세계적 휴대폰 생산업체들까지 디자인 아웃소싱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유력업체들은 ‘레퍼런스-디자인’이라는 공용화된 휴대폰 설계도를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소니, 마이크로셀, GVC 등은 에릭슨의 디자인을, 벤큐와 이스턴은 모토로라의 설계를, 또 모토로라는 비스퀘어의 디자인을 각각 차용하고 있다. 에릭슨은 카메라부착용 휴대폰(P800) 개발을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 기존 12∼18개월 걸리던 제품개발 기간을 6∼9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 MS의 원도와 인텔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이른바 ‘윈텔’ PC가 시장을 주도하듯, 휴대폰시장의 핵심부품과 표준 설계도 시장을 놓고 올 한해 실리콘밸리 기업들간 진검 승부가 예상된다.
3. 하드웨어 ◇시장전망=미국내 IT시장의 전반적 침체국면에도 불구하고 전미 PC시장은 지난 2년간의 소강상태에서 벗어나 향후 3년 동안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할 전망이다. 성장의 견인차는 역시 노트북. IDC에 따르면 올해 노트북 시장은 18.4% 성장하고 2004년에는 19%까지 늘어난 뒤 2005년에는 9.8% 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체 PC시장에서 노트북의 점유율은 지난 2001년 19.5%에서 오는 2005년에는 27.2%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LCD모니터 시장은 CRT모니터의 교체수요로 급성장의 원년이 됐다. 특히 2004년에 가면 모니터 시장에서 LCD가 55%, CRT가 나머지를 각각 차지할 정도로 LCD가 모니터시장의 주력제품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LCD모니터 시장은 향후 3년간 매년 50% 이상의 급성장이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긴하나 LCD TV 시장도 같은 기간 동안 10배 가량의 초고속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기술동향=PC 판매대수의 증가에도 불구, 판매가격의 하락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한해 동안 미국내 PC가격은 무려 20% 가량 하락했다. 향후 3년 동안에도 매년 10% 내외의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올해 데스크톱의 미국내 평균 판매가는 9.5% 하락한 900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1117달러), 일본(1435달러)과 비교해 보면 미국시장의 가격인하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이는 PC부품의 세대교체 주기를 앞당기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PC 제조업체들은 최근 병렬연결포트, 시리얼포트 등을 삭제하는 대신 디지털 사운드 및 LAN을 위한 포트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또 PS2 키보드와 마우스 포트도 USB1.1, USB 2.0 포트로 바꾸고 있다. WLAN의 급성장으로 관련 모뎀을 장착하는 것은 이제 일반화됐다. 인텔은 최근 듀얼밴드 와이어리스 칩을 개발, 신형 칼렉시코(Calexico) 모뎀을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제조서비스(EMS) 업체의 등장은 하드웨어 제조단가의 차별화를 점차 무색케 하고 있다. 대다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하드웨어가 같은 EMS업체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면에서도 제조업체의 직접 마케팅이 늘고 있다. 결국 하드웨어 부문은 서비스의 경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LCD모니터 시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많은 그래픽카드들이 DVI 출력을 지원하고 있지 않아, 대다수 LCD 모니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인터페이스 기능을 갖춘 상태로 판매될 전망이다. LCD가격과 밀접한 연동관계에 있는 패널(원판유리) 가격의 약세지속과 대만의 차세대공장(G5)에 대한 투자지연 등은 관련 한국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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