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산업인 정보기술(IT)산업의 고도화와 불투명한 내수 및 세계 IT경기 전망속에서 부품업계의 업황은 매우 불안하고 불규칙한 기상도를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방산업의 불안한 전망속에서도 이른바 ‘아무리 어려워도 되는 사업은 된다’는 말처럼 품목·업체별 차별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산업은 세트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총체적인 불황속에서도 해당 세트시장이 활황세를 보인다면 얼마든지 동반 호황을 구가할 수 있다. 지난해 전반적인 불황국면속에서도 ‘휴대폰 바람’에 힘입어 관련 부품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세트업체의 전방위 가격압박과 중국 등 후발국의 저가공세는 올해도 예외없이 이어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품업계가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일반화되고 있는 대형 세트업체들의 ‘글로벌 저가 입찰제’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한마디로 ‘맑음’이다. 지난 2년 동안 극심한 불황을 겪어온 반도체시장은 불황을 털어냄과 동시에 두자릿수의 성장률이 낙관된다. 비메모리·플래시메모리 등을 중심으로 수급여건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대비 최소 1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세계 시장조사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반도체경기가 이미 바닥기를 지났으며 최소 10%대에서 최고 20∼30%대의 고성장을 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 중 반도체업계의 경기지표로 흔히 사용되는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의 전망치는 16.6%의 성장이다. 특히 지역별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이 22%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다른 지역도 11% 이상의 높은 성장을 할 것이란 게 WSTS의 분석이다. 제품별로는 메모리반도체가 23% 성장해 반도체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비메모리는 16%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시장은 올해 23% 성장한 33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메모리 가운데에서도 D램은 기업용 서버 및 PC, 가정용 PC, 모바일단말기 등의 디지털제품 분야에서 급격한 시장성장을 바탕으로 60∼70%의 수요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또 D램 가격은 1분기 초 지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PC당 채택하는 D램 용량의 증가와 수급 측면에서 전반적인 공급부족이 예상돼 경기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D램 분야에서 전세계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물론 하이닉스반도체도 올해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표준형 시스템LSI와 주문형반도체(ASIC), 수탁생산(파운드리)으로 대변되는 비메모리반도체산업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통신시장에 힘입어 다소 호조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내시장은 특히 휴대폰·디스플레이·디지털가전 등 우리 전자·통신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응용시스템 분야와 관련된 제품군에서 큰 성장세가 예상된다. LCD구동IC(LDI),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및 애플리케이션 IC 등은 비메모리반도체 수출 효자상품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 분야 매출 증가세가 기대되고 있고 코아로직·다윈텍·에이로직스 등 벤처기업의 급성장도 기대된다. 또 통합 동부아남반도체도 국내외 고객사들의 주문확대와 생산능력 확충으로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반도체시장의 새 패러다임으로 다가오는 시스템온칩(SoC) 분야는 메모리·비메모리 융합(컨버전스)뿐만 아니라 통신과 컴퓨팅의 융합으로 국내 산·학·연의 개발 및 표준화작업, SoC 캠퍼스 설립 등 대내외적으로 실속을 갖추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브라운관(CRT)은 흐림, 평판디스플레이(FPD)는 맑음’. 모든 디스플레이의 벽걸이화는 올해도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CRT시장은 전반적인 약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를 필두로 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유기EL(OLED) 등 FPD시장은 큰폭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산업의 꽃으로 부상한 TFT LCD는 올해 전세계 IT경기 호·불황에 상관없이 50%에 가까운 고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서치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시장 규모는 6500만개 안팎이며 올해는 8700만∼9000만개의 시장을 형성을 것으로 관측됐다. 주 시장인 세계 PC시장이 여전히 변수이긴 하지만, PC수요 변화에 관계없이 CRT 대체효과만으로도 폭발적인 성장이 무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품목별로는 노트북용이 15%의 안정적 성장세가 예상되며, 모니터용은 최소한 30% 이상은 늘어날 것이란 진단이다. TV용 역시 패널 가격의 급락과 LG필립스·삼성전자 등의 5세대 라인 가동에 따른 생산성 확대로 올해 전년대비 2배 이상의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휴대폰산업의 고성장에 힘입어 새로운 유망 LCD 애플리케이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동통신단말기용 부문 역시 컬러폰 비중이 전체의 50%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올해도 고성장이 예약된 상태다. 미래에 LCD를 이을 차세대 FPD로 주목받는 OLED는 올해가 사실상 시장형성 원년으로 기록되며 고성장 반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휴대폰·개인휴대단말기(PDA) 등 모바일기기용 시장을 놓고 TFT LCD 및 보급형 액정표시장치(STN LCD)와 경쟁하고 있는 OLED는 특유의 화질과 고속 응답성능을 바탕으로 하이엔드시장에서 돌풍이 예고된다. 30∼50인치대의 대형 디지털TV시장을 놓고 TFT LCD와 격돌이 예상되는 PDP시장도 일단 장및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비록 소음·소비전력·화질 등에서 문제가 있지만, 최근 가격이 크게 내려 50∼60인치대의 초대형TV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높아 올해 대폭 성장이 무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FPD와는 달리 CRT시장은 올해 고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니터시장에서 LCD 진영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고, TV시장에서는 LCD와 PDP, 그리고 프로젝션의 협공을 피할 수 없기 때문. 대체로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CRT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5∼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세계 CRT업계의 구조조정으로 한국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져 전체적인 시장위축에도 불구, 삼성SDI·LG필립스디스플레이 등 국내업체들은 적지않은 반대급부가 예상된다. 품목별로는 LCD의 시장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니터용(CDT)의 부진 폭이 TV용(CPT)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2차전지=지난해에 휴대폰 특수에 힘입어 고성장 대열에 진입한 2차전지는 올해도 대규모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는 한해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휴대폰·PDA·노트북 등의 모바일기기시장이 올해도 전반적으로 경기전망이 매우 밝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LG전자·팬택&큐리텔 등 휴대폰업체들이 생산능력을 대규모로 확장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들 업체를 공급처로 확보한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2차전지업계는 올해 생산능력을 지난해 초보다 1000만셀 이상 증가한 2500만셀로 크게 확장하고, 질적으로는 리튬설퍼전지 등 고용량 2차전지 개발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의 경쟁도 지난해에 비해 한층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시장 선두를 유지하려는 일본업체들의 수성 노력과 생산능력과 성능 면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삼성SDI·LG화학·SKC 등 국내업체들의 영토 넓히기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렴한 생산비용을 무기로 자국시장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한 중국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코캄엔지니어링·새한에너테크·이스퀘어텍 등 중소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모형비행기·블루투스기기·PDA 등의 시장도 올해 큰폭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일반부품=세계 IT경기가 2년 동안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졌던 인쇄회로기판(PCB)시장은 올해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특히 하반기 IT산업 회복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과 유가불안 등 세계 경기회복을 끌어내리는 위협적인 요소들이 산재해, 올해보다는 내년 상반기쯤에 IT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품목별로는 이동통신단말기가 컬러화·다기능화·소형화되면서 복합재질 기판인 리지드플렉시블(RF)기판과 고부가가치 빌드업기판 수요가 큰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일명 카메라휴대폰시장이 늘어나면서 연성기판용 동박적층필름이 CCL을 제치고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콘덴서는 올해 매출성장률이 전년과 유사한 10% 선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삼성·LG 등 대형업체들이 올해 중국으로 국내 생산시설을 대거 이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디지털TV·DVD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가전시장의 성장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커넥터는 올해 경기가 불투명해 시장예측이 매우 엇갈리고 있지만 휴대폰·자동차·LCD 등 일부 전방산업 전망이 좋은 분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휴대폰용의 경우 삼성전자가 올해 세트 생산능력을 60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LG전자도 생산량을 큰폭으로 늘려 심카드커넥터·IO커넥터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정진동자는 지난해 극심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 올해는 가파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PC교체시기가 도래하는 올해가 업황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방송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됨에 따라 디지털TV 특수도 기대가 큰 부문이다. ◇FA시장=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자동차와 2차전지 등 일부 호황업종은 공장자동화(FA) 시설투자를 주도하지만 나머지 제조업종은 움츠리는 경향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력 아이템인 논리연산제어장치(PLC)·인버터는 지난해 하반기들어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대기업의 시설투자가 중국·미국 등 해외로 확대되면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에 설립하는 신규공장의 자동화 수요를 겨냥, 해외영업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올해 FA시장은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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