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일본 DVD리코더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마쓰시타, 도시바, 마쓰시타(파이어니어) 등 주요 제작업체들이 연말 판매전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연말 판매전은 마쓰시타가 이끄는 DVD램 진영과 파이어니어가 버티고 있는 DVDRW 진영간 DVD리코더 기록 규격 쟁탈전도 겸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급팽창하는 일본 DVD리코더 시장=일본은 99년말 세계에서 가장 먼저 DVD리코더를 상품화해 내놓았다. 당시 시장 판매가격은 25만엔(약 250만원)을 넘는 고가품에 속했다. 비싼 가격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으면서 2000년 일본 전체 시장에서 판매양은 겨우 5만대에 불과했다. 반전이 찾아온 것은 마쓰시타가 지난해 7월 종전 가격의 반액에 불과한 14만엔 이하의 제품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제품이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마쓰시타는 일약 월 출하대수 4만대, 시장점유율 60∼70%를 차지하는 DVD리코더 시장 맹주로 자리잡았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시장규모는 30만대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90만대까지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또 내년에는 무려 240만대가 팔릴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 영상기록매체 패권을 잡고 있는 비디오의 내년 판매 예상대수인 400만대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별 판매액 기준으로는 내년 중에 비디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DVD는 현재 일본 전자제조업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DVD램 vs DVDRW=일본 DVD리코더 시장은 상호 호환이 안되는 DVD램 방식과 DVDRW방식으로 양분돼있다. 마쓰시타가 1위 업체로 부상한 지난해부터 자연스럽게 마쓰시타가 채택한 DVD리코더 규격인 DVD램이 시장을 손에 넣었다. 일본내 DVD램 진영은 마쓰시타를 중심으로 도시바, 히타치, 일본빅터(JVC)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DVDRW 리코더 진영에는 파이어니어, 샤프, 소니 등이 버티고 있다. 올 초 DVDRW 진영의 파이어니어와 샤프는 마쓰시타의 진군을 막기 위해 10만엔 이하인 DVD리코더를 내놓았다. 당시 DVDRW 진영에서는 적정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디오 규격 전쟁의 패배자인 베타와 같은 처지로 추락, 아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이에 대응해 마쓰시타는 이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내장해 DVD없이 녹화가 가능한 기종을 15만엔대로 내놓으며 공세를 계속했다. 공식 집계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DVD램 진영이 시장을 80%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DVDRW 진영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을 지키는데 그치고 있다. ◇연말 시즌에서 양진영 재격돌=DVDRW 진영에 이번 연말 시즌은 살아남을 수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느냐 못하느냐의 갈림길이다. 이번 연말 시즌 전자제품 양판점에서는 DVD리코더 물량이 없어 못판다는 말이 돌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HDD를 내장한 모델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기본 모델인 경우 한장의 DVD에 2시간 분량(표준화질)의 TV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데 비해 HDD 내장모델은 하드디스크의 용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약 20∼40시간을 녹화할 수 있다. 겨울 보너스를 받은 소비자들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는 주요 모델은 마쓰시타 ‘DMR-HS2’, 파이어니어 ‘DVR-77H’, 도시바 ‘RD-XS30’ 등 3개 기종이다. 마쓰시타의 ‘DMR-HS2’는 40Gb의 하드디스크(HD), 10만엔 전후의 가격대다. 이 기종을 주역으로 이 회사는 DVD리코더 연말시장 약 50%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다른 DVD램 방식의 축인 도시바는 60Gb의 HD에 10만엔 전후 가격인 ‘RD-XS30’을 내놓고 3강을 이루고 있다. 한편 DVDRW 진영 맹주격인 파이어니어는 이번 연말 시즌 약진에 약진을 거듭하며 DVD램 진영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파이어니어의 12월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력제품은 80Gb에 약 12만엔 전후인 ‘DVR-77H’다. 본래 14만엔 전후 가격일 것으로 예상됐던 이 제품은 DVD램 진영의 저가격공세에 맞서기 위해 낮은 가격에 출시됐다. 파이어니어는 이미 중국 상하이에 주력 생산거점을 마련해 올 연말부터 생산에 들어가는 등 생산비용 20% 삭감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파이어니어는 상하이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물류비용을 각오하고 항공편으로 제품을 실어 나르는 등 조금이라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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