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의 70%를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만들어낸다. 따라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 기존 주요 전통교역국인 미국, 일본, 유럽 등지의 시장환경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기·전자 및 IT제품의 국제 교역에 관한한 이들 지역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세계 무역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IT의 태동지라 할 수 있는 전통 경제강국내 IT 시장의 최근 움직임과 국가적 정보화 추진현황 등을 짚어본다.
◇미국, 세계 IT경기의 바로미터 미국 정보통신 시장은 전세계 IT시장의 35∼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2001년 기준으로 보면 미국 IT시장 규모는 6779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한해 GDP의 1.6배에 달하는 액수다. 하지만 90년대말 이후 IT분야에 축적된 과잉투자, 미국내 경제의 전반적 침체, 테러 및 이라크 사태 등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도 미국 IT경기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IT경기가 일단 바닥은 거쳐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이나, 전반적인 미국경제의 획복이 불투명하고 기업실적이 약화된 상태”라며 “본격적인 IT회복은 내년 상반기에도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KOTRA 북미지역본부는 EMS(전자제품 전문생산 서비스·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s)를 내년도 대미 IT수출 돌파를 위한 차세대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내 가장 큰 규모의 한국계 EMS업체인 빅트론의 크리스 리 사장은 “EMS는 한국 IT업체의 대미 진출에 있어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기업의 중국진출 역시 향후 EMS를 통해 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IT업체들에게도 EMS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일본, IT로 경제침체 뚫는다 일본 고이즈미 내각은 현재 침체일로에 있는 자국 경제의 발전을 위한 기폭제를 ‘IT’에서 찾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일본 총무성(http://www.stat.go.jp)이 발표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브로드밴드 보급과 함께 IPv6로 대표되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 IT를 국가경제의 근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최근 총무성이 발표한 내년도 일본 정부의 IT 관련 예산은 총 1500억엔 규모. 이중 32억4000만엔이 배정된 ‘공동 아웃소싱’은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업무를 표준화해 각종 민원서류의 신청·신고 업무 등을 전산화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각 현(懸)은 시스템 개발과 검증에 공동 참여한다. 총무성은 또 OS(운영체계) 보안에 관한 연구에 5000만엔의 예산을 책정했다. 총무성은 OS 및 메일 프로그램의 보안 기능과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 및 방화벽 등을 분석, 적절한 보안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밖에 유비쿼터스 관련 기술 개발에도 25억엔이 책정된 상태다.
◇유럽, 차세대 성장동력은 역시 IT 유럽 및 동구지역은 인구 5억4000만명에 GDP 규모가 8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다. 대외 교역량도 5조달러에 달한다. 특히 유럽연합(EU)는 세계 최대 경제무역 공동체로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 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0.8% 증가해 온 안정적 성장시장이자 한국의 최대 해외직접투자 유치 대상국이기도 하다. 또한 GDP는 8조1000억달러로 전세계 GDP의 28.3%를 차지, 미국과 대등한 수준이며 일본의 약 2배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IT분야에 있어 미개척지에 가깝다. 미국의 경우 1인당 인터넷 보급율이 55%, PC보급율이 82%인 반면, 유럽은 각각 35%, 28%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세계 유명 IT업체들은 앞다퉈 유럽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월드컵 이후 ‘IT코리아’에 대한 현지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대유럽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KOTRA 구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들어 유럽각국 정부는 개별 가정에 대한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에 대한 우리 기업의 발빠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KOTRA 지역본부장 지상 좌담회 세계 경제의 3대축인 미국·일본·유럽의 움직임은 곧 우리 경제의 앞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과 같다. 이들 지역에 파견돼 있는 KOTRA 해당 지역본부장들의 입을 통해 새해 세계경제의 변화와 그에 따른 우리의 대응 전략을 모색해 본다. -최근 중국의 급부상으로 미국·일본·유럽 등 기존 전통강국이 느끼는 위기감이 클 것이라 예상되는데. ▲안정렬 일본지역본부장:90년대초 버블붕괴 이후 일본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주변국인 중국의 부상은 이같은 부진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의 경제부진에 대한 원인을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에 젖어 있었기 때문으로 진단, 이에 대한 처방으로 정보화를 택해 본격적인 IT정책을 추진중이다. ▲권오남 북미지역본부장:미국의 경우 생산기지에 대한 집착이나 미련은 이제 버린듯 하다. 이에 따라 미국 전자·IT업체들은 최근들어 EMS(전자제품 전문생산 서비스)에 더욱 주력하는 분위기다. -IT시장으로서 각 지역의 매력은 무엇인가. ▲김인식 구주지역본부장:아직도 유럽의 고색창연한 최고급 호텔 가운데 인터넷 접속이 안되는 곳이 많다. 유럽지역의 IT화 진척도가 비교적 낮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IT기업이 유럽에 진출해야하는 또다른 방증이다. 최근들어 유럽연합(EU)은 e-정부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활발한 IT화가 진행중이다. 그 결과 유럽 전체 GDP성장은 0.5%이나, 올해 서유럽 IT시장은 1.1% 성장이 예상된다. ▲안 본부장:IT·인터넷 분야에서 비교적 열세를 보이고 있으나, 일본은 아직도 세계 최강의 제조업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지방의 한 중소 의료기기 제조업체의 평범한 연구원이 노벨상을 타는 강력한 기술력을 가진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시장 진출도 중요하나 기초기술의 확보, 연구개발의 강화를 위해 일본기업과의 활발한 제휴·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해당 전자·IT시장 진출에 대한 우리 기업의 전략은 어때야 하는가. ▲권 본부장:전자통신부품의 대미 수출은 EMS가 아니면 이제 힘들다는게 현지 표정이다. 따라서 국내 관련 업체는 ‘EMS에 대한 납품지원 성사’에 내년도 해외마케팅 전략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KOTRA도 플렉스트로닉스 등 EMS 메이저 30개사를 선정, 이들 기업에 대한 납품자격 획득을 지원하는 ‘벤더등록 지원사업’을 강화한다. ▲김 본부장:미국·일본의 전자·IT시장은 포화상태인 반면 유럽시장은 이제 막 확장 단계에 접어 들었다. 이 가운데 통합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IT기기, 기업 CRM, 인터넷 쇼핑몰 구축 등이 내년도 유럽 IT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본부장:전기·전자분야에서 우리는 매년 막대한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IT분야, 그중에서도 콘텐츠, 초고속 인터넷 등은 대일 진출이 가능한 요소들이다. 현재 일본에서 ADSL가입자수는 매월 30만명씩 늘고 있다.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는 전통적인 전자제조업체인 소니를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변신시켰을 정도다. <정리=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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