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동안 열린 ‘대선후보 초청 IT정책 포럼’은 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가 정보기술(IT) 분야만을 가지고 정견발표를 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통령 후보의 정견발표와 토론은 취소됐지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집권시 IT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두 후보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구축해왔던 IT인프라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질적 향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디지털 마인드’를 한껏 보여줬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는 IT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무게가 더해질 것이 확실시 된다. 하지만 각종 비전과 추진과제 제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약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에 비해 획기적인 부문이 없고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또 일부는 현실적이지 못한 대안들도 포함돼 있어 보다 심층적인 검증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날 후보들의 정책발표와 패널 토의를 통해 드러난 두 후보의 IT공약을 부문별로 비교 분석해본다. ◇IT정책 추진체계=두 후보 모두 정부가 조정기능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부처별로 제각각 추진되고 있는 IT정책과 관련해 두 후보는 청와대에 IT를 담당하는 수석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후보는 IT 수석을 둬 정책을 총괄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이회창 후보는 과학기술 수석을 두고 IT도 포함시킨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하지만 정부의 IT정책과 관련한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노 후보는 통합해서 효율성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경쟁을 통한 효율성도 있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이 후보는 기획과 평가·분석업무는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행은 분산돼 있어도 된다는 시각이었다. 따라서 집권 후 조직개편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이 후보의 발언은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기획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면서 실행 기능을 각 부서에 전적으로 위임하는 현재 형태를 계속 유지하거나 특정 부처에 총괄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산자부와 정통부의 통합을 포함한 IT관련 정부조직의 전면 개편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IT정책에 대한 평가=두 후보 모두 인프라 구축에는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현 정부의 IT인프라가 산업 및 생활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공통된 지적사항이다. 노 후보는 △대국민 서비스보다는 행정 효율로 시작한 전자정부시스템 △핵심기술의 선진국 의존율 여전 등을 현 정부 IT정책의 문제점로 제기했으며, 이 후보는 △미래의 위협 요인에 대한 준비 부족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균형 확대 △정보화 추진전략의 일관성 부족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노 후보는 ‘인터넷 정치인’임을 자처할 정도로 비교적 IT 실무적인 측면에 근접해 있고, 이 후보는 94년 총리시절부터 ‘인포메이션 슈퍼 하이웨이(Infomation Super Highway)’ 계획을 입안하는 등 정책적인 측면에 관여해온 것이 상황인식 차이의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IT투자 기술개발·산업육성 정책=노 후보는 세계 5위권 IT산업기술국 진입을 목표로 기초과학과 IT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를 현행 4.7%에서 7%수준으로 확대하고 IT·NT·CT 등의 분야에서 100대 기술을 선정, 집중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IT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 DB 구축과 전통산업의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전통산업의 디지털화가 IT산업 발전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좀더 의욕적으로 세계 3대 IT강국에 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 돋보인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전략제품 개발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정부의 IT R&D 분담률을 2008년까지 15%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인재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세계적 IT기업의 R&D센터와 해외석학 유치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두 후보 모두 원천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 어떻게 실행할지의 여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벤처기업 육성방안=이에 대해서는 두 후보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노 후보는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인프라 구축을 통한 간접지원에 집중하겠다”며 “앞으로 평가 및 예측 노하우를 개발하는 등 합리적인 투자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시스템 마련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이 후보는 “현행 지정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앞으로 벤처에 대한 지원은 확실하게 하되 사업의 성패는 시장원리에 맡기겠다”고 밝혀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노 후보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건으로 ‘실물경제의 회복’을 언급한 데 반해 이 후보는 ‘등록심사 및 공시제도 강화’를 통한 시장 신뢰성 회복을 강조했다. ◇IT인력 양성=두 후보 모두 현 정부의 IT인력 양성정책이 단순히 양적인 확대 차원에 국한돼 왔다고 비판하고 보다 내실 있는 인력양성을 강조했다. 노 후보는 향후 10년간 중장기 계획을 통해 100만명의 IT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비롯해 100개 기술분야에서 100명씩 1만명의 세계 최정상급 정예인력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도 IT인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해 기존 120만명에 달하는 IT인력의 상향 훈련을 실시하고 80만명의 새로운 IT 일자리를 새로 창출해 IT분야 종사자를 2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로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힘들다고 보고 수능성적과 관계없이 뛰어난 IT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는 특화된 대학도 신설할 뜻을 내비쳤다. 결국 두 후보 모두 IT인력의 고도화를 통해 IT강국 건설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산업 육성=현 정부가 IT인프라 확충 측면에서는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정작 인프라를 채울 수 있는 알맹이에 해당하는 콘텐츠산업 지원은 등한시했다는 데 두 후보가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노 후보는 문화기술(CT)을 차세대 기술 중 하나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며 이 후보도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인력양성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두 후보 모두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통해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후보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기존 공공자료의 DB화 작업에 가속도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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