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TFT LCD업계의 눈이 대만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 2분기말부터 시작된 TFT LCD 공급가격 폭락세가 성수기인 4분기 들어서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대만의 후발업체들의 경영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것. 이에 따라 최근 대만 TFT LCD업계에선 인수합병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대만이 M&A설에 휩싸이면서 전세계 관련업체들은 대만업체들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향후 대만발 M&A폭풍이 미칠 파장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이는 대만이 일본을 제치고 명실공히 TFT LCD 세계 2위국으로 부상해 대만업체의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 세계 TFT LCD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M&A바람 왜 부나=대만에 인수합병설이 잇따르는 것은 공급가격이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수준까지 폭락, 후발업체들이 경영의 한계점에 직면한 때문이다. 대만업체들의 주력 생산모델인 모니터용 15인치 모듈 공급가격은 지난 2분기말 260달러에서 현재 180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190달러가 무너졌다면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4분기 중반 들어 수요가 살아나고 있으나 ‘오버 서플라이’ 상태가 지속돼 정작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도 공급 초과분이 5%를 웃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삼성전자·LG필립스·AUO 등 빅3의 ‘후발업체 죽이기’가 심화, 가격추락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만발 M&A설의 근본 이유는 5세대 투자비용 조달의 길이 막혔기 때문. 통상적으로 월 6만장의 5세대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면 1조5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 대만업체들은 이에따라 주식예탁증서(DR)·전환사채(CB)·유상증자·론(대출) 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추진해왔지만 가격폭락으로 금융권이 냉담한 반응을 보여 AUO를 제외하곤 대부분 설비투자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공룡 출현하나=현실적으로 AUO·CMO·CPT·한스타·콴타 등 빅5 모두 5세대 라인을 깔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미 5세대 설비발주에 들어간 AUO 외에 1∼2개 정도는 무리를 해서라도 5세대에 동참할지 모른다”면서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든 TFT LCD 시장에서 5세대 투자에 실패한다면 이는 ‘퇴출’을 의미한다”며 M&A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M&A의 주체는 누가될 것인가. 이에 대해 대다수 관계자들은 AUO를 지목한다. AUO는 12∼13%대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3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생산능력, 기술력, 원가구조 등에서 선두권에 진입한 상황. 여기에 유상증자와 ADR발행을 통해 이미 8000여억원의 자금을 확보, 내년 하반기 가동 목표로 5세대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UO와 후발업체가 합병한다고 가정할 때 피인수 대상업체는 한스타와 콴타가 유력해 보인다. 실제 최근 대만 언론들은 AUO와 이들의 인수합병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반면 CPT는 세계 3위의 브라운관(CRT)업체이자 TFT LCD부문 5위업체로 덩치가 크며 치메이는 LCD사업에 의욕적이다. 만약 AUO가 M&A의 주체가 된다면 세계 시장판도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 가령 AUO가 한스타나 콴타를 인수한다면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 AUO의 시장점유율은 16% 전후까지 올라가 세계 2위인 LG필립스(15.4%)를 제치고 1위 삼성전자(16.9%)에 근접하는 공룡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치메이나 CPT를 축으로 한 M&A가 이루어진다 해도 AUO수준에 육박, 세계 4위권 업체의 출현이 예상된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M&A태풍은 4분기말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4분기 실적 결과에 따라 M&A바람이 사그라질 수도, 급류를 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들은 대부분 4분기 이후 TFT LCD업황에 대해 부정적이란 점에서 M&A 성사가능성은 높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M&A 이후 시장 지배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애써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록 M&A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전혀 없지 않겠지만 5세대 확장 투자와 함께 6세대 투자를 병행 추진하는 상황에 대만업체들이 설령 짝짓기를 한다 해도 현 시장구도를 깰 만한 조합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일본 도시바와 마쓰시타가 TFT LCD부문을 합병, ‘TM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지만 현재 시장에서 이 회사의 존재는 대수롭지(?) 않다”면서 “결국 업계 구조조정으로 경쟁업체수만 줄어들어 LG·삼성 등 국내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게 여러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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