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1’은 무려 1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흥행작(블록버스터)이다. 지난 99년 개봉된 이 작품은 지난해까지 47억21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제작비대비 470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흔히 문화산업의 무한한 잠재력을 말할 때 이 같은 사례가 약방의 감초격으로 등장한다. 물론 ‘쥬라기공원’이나 ‘해리포터’ 등 또 다른 할리우드 영화가 소개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경우 자국의 영상산업이 2005년이면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군수산업과 함께 영상산업을 2대 주력 산업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기술과 중심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이 같은 흐름은 하나의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세계 석학들이 “21세기는 지식과 정보의 시대를 넘어 감성과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심심찮게 내놓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 문화산업의 시장규모는 13조8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연평균 28%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머지않아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을 대신해 영화, 게임, 캐릭터 등이 나라경제를 먹여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정책과 운명을 결정하는 주무부처다. 문화부는 최근 몇년 사이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급속한 변신을 거듭해왔다. 지난 96년 문화산업국을 신설하고 문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가장 대표적 변화로 손꼽힌다. 특히 문화부는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첫번째 과제로 인재양성을 꼽고 전문인력 양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문화산업의 경우 특유의 감성과 예술혼을 갖춘 소수의 인재가 산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문화부의 고급 인력 양성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흔히 일컬어지는 6대 첨단기술(6T) 중 문화부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CT(Culture Technolog)분야 인력의 경우 급팽창하는 산업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 오는 2005년이면 4만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보여 인력양성이 그 어느 분야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문화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콘텐츠코리아 비전21’을 수립하는 한편 올해초에는 CT분야 인력양성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등 첨단기술 관련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잇따라 마련,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CT인력 양성사업이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 추진되는 등 역사가 짧은 데다 한해 예산도 200억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 교육 지원사업이 대규모로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각 분야의 기본인력, 핵심인력, 최정예인력을 고루 양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세계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의 경우 세계 제1의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며 영화, 음악, 방송영상 등의 경우도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지난 2001년 영화아카데미와 애니메이션아카데미를 통합, 한국영화애니메이션아카데미로 확대운영하는 한편 게임전문가 양성을 위한 게임아카데미를 신설했다. 또한 다채널·다매체 시대에 따른 방송 콘텐츠 수요에 맞춰 올해부터 ‘방송영상PD 및 마케터 양성 아카데미’를 신설하기도 했다. 엘리트 교육을 통해 잠재력있는 분야의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문화부는 또 엘리트 교육과 별도로 일반인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사이버교육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 사업이 올해부터 구축,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 방송영상아카데미, 사이버 문화콘텐츠아카데미, 온라인 게임교육시스템 등이다. 문화부는 이를 통해 온라인 원격교육 등을 실현함으로써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일반인 교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이버 교육은 업계 현장인력들이 시간과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 전문인력 재교육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화부는 이와 함께 교육 인프라 개선을 위한 사업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방송회관에 첨단 디지털방송교육시스템을 구축, 최근 급증하는 디지털 방송인력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CT 특성화 교육기관 장비지원 사업에 오는 2005년까지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교육부와 연계해 △BK(두뇌한국)21 사업 △대학내 CT분야 고급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의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CT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이라는 인식이 아직 사회 전반에 확산되지 않아 정부의 예산책정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CT분야 정부예산은 211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면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아카데미 정책의 허와 실 영화, 방송, 게임 등 분야별 ‘아카데미’ 운영은 문화부의 CT인력 양성과 관련된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다. 적은 예산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문화부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충실하고 있는데 아카데미 설립과 운영은 바로 ‘집중’에 해당하는 셈이다. 실제 문화부는 게임아카데미, 영화애니메이션아카데미, 방송영상PD 및 마케터 양성 아카데미 등 현재 운영중인 3개 아카데미에 올해 전체 CT 분야 예산 가운데 28%(59억5000만원)를 배정하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CT분야 인재의 경우 양보다 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문화부가 아카데미 운영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지난 84년 처음 설립된 영화아카데미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19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영화아카데미는 지난해까지 23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이 가운데 영화감독 31명, 교수 및 평론가 11명, 촬영감독 4명 등 국내 영화산업의 핵심 인력을 다수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90년대 말부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도 따지고 보면 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의 왕성한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CT 분야에서 소수 정예인력을 키우는 ‘엘리트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방증해주는 셈이다. 문화부는 이런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지난해 게임아카데미를 새로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다채널·다매체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송영상PD 및 마케터 양성 아카데미를 신설하기도 했다. 또 오는 2005년까지 이 같은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 게임이나 방송도 영화에 버금가는 흥행산업으로 키운다는 야심만만한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아카데미 위주의 엘리트 교육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적은 예산 가운데 거금을 몇몇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예산집행의 형평성에 있어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엘리트 교육을 위한 수준 높은 교수인력이나 수강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엘리트 교육을 밀어붙이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해 설립된 게임아카데미의 경우 올해까지 3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수강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게임이나 방송과 관련한 사설학원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국고를 투입해 이 분야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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