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산업의 시작은 백신에서 출발했다. 정보사회의 독버섯인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백신은 이제 모든 컴퓨터 사용자의 필수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았다. 세계적인 보안업체 가운데 많은 수가 백신에서 출발했다. 세계 1위 보안업체인 시만텍과 국내 1위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사실 시만텍과 안철수연구소는 외형적으로 다윗과 골리앗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IDC가 발표한 2001년 세계 100대 보안업체 순위를 보면 시만텍은 7억1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단연 선두를 달린 반면 안철수연구소는 2020만달러 매출로 35위를 기록했다. 직원 수도 시만텍은 4000여명에 이르지만 안철수연구소는 2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안철수 사장 자신도 “글로벌 보안업체와 정면 승부를 벌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할 정도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주력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건실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나 통합 보안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향후 전략 면에서는 일치한다. 결국 두 회사는 국내 백신 시장에서 국내외 통합 보안 솔루션 시장으로 무대를 넓혀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시만텍은 세계 소프트웨어 업계의 대형 기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는다. 아직도 국내에서는 시만텍하면 ‘노턴디스크닥터’로 대표되는 유틸리티를 먼저 떠올리는 사용자가 적지 않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통합 보안 솔루션 업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백신에서 시작해 방화벽, 침입탐지시스템(IDS), 보안 관제 등 보안 분야의 토털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으며 각 솔루션의 통합도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다. 이에 비해 안철수연구소는 이제 통합 보안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아직 백신 매출이 전체 매출 가운데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PC용 통합 보안 솔루션 제품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차세대 보안 솔루션으로 기대되는 침입방지시스템(IPS)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에는 통합 보안 솔루션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통합 보안 솔루션 업체로 변신한다는 각오다. 두 회사는 기술적인 면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시만텍은 알려지지 않는 바이러스를 최대한 막아낼 수 있는 휴리스틱 기술(Heuristic Technology)로 유명하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 패턴에 대한 정보 없이 시스템내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감지를 통해 바이러스를 검색하는 기술이다. 휴리스틱 기술은 기존의 패턴 위주의 바이러스 차단 솔루션에 더해 시만텍의 백신 솔루션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시만텍 고객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바이러스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만텍의 백신은 올해 7월과 6월 각각 C넷과 PC월드가 뽑은 최고의 백신 제품으로 선정됐으며 96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으로 세계 PC잡지 편집인이 선정한 베스트 백신으로 추천받았다. 또 4월에는 시큐어컴퓨팅에 기업용 보안 관리 솔루션과 호스트 기반 취약점 관리 솔루션 부문의 최고 제품으로 뽑혔다. 안철수연구소도 세계적으로 보안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지난 88년부터 쌓은 백신 노하우를 기반으로 공개키기반구조(PKI) 기술과 IDS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안철수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백신 엔진인 워프엔진은 효과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워프엔진은 파일이나 메모리 전체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감염시킬 수 있는 위치를 찾아 그 부분만 검사하는 특정위치 검사법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빠르고 효율적인 바이러스 검사가 가능하다. 또 일정한 특징을 갖는 바이러스별로 분류해 분석해 검사하는 특징 분류 검사법이나 복잡한 암호 수준의 바이러스를 진단해 치료할 수 있는 루틴 추적 방식, 운용체계에 관계없이 빠른 대응이 가능한 통합 엔진 설계 등이 장점이다. 시만텍은 현재 세계 보안시장의 화두를 ‘혼합보안위협’이라고 진단한다. 바이러스나 해킹이 구분된 위협이 아니라 혼합된 상태로 컴퓨터 사용자를 노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만텍은 인수 합병을 통해 확보한 개별 솔루션을 통합하는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용자 환경별로 최적의 보안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시만텍의 이러한 전략은 시장의 요구와 맞아 들어 꾸준한 성장으로 나타났다. 단지 외형적인 매출 확대뿐 아니라 매출 구성의 균형이 맞춰진 것이 더욱 고무적이다. 시만텍은 올들어 전체 매출(상반기) 중 기업보안 분야가 42%를 차지했다. 또 방화벽과 가상사설망의 경우 31%, 취약점 관리 41%, 백신 41% 증가 등 균형잡힌 성장을 일궈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시만텍의 보안 분야 1위 업체 수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솔루션의 다양함은 물론 건실한 재무구조와 높은 수익률, 여기에 전세계에 걸친 광범위한 판매망까지 흠잡을 데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안철수연구소는 2005년까지 세계 10대 보안기업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를 핵심 경쟁력 강화와 도전의 해로 삼고 2003년과 2004년을 거치며 해외 매출 비중 30% 확보, 3개의 주력 솔루션 보유, 2개 이상의 해외 독립 법인 운영 등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그 후 2005년 세계 보안업계 2%의 시장 점유율 확보와 3억달러 매출 성과로 상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이다. 세계 10대 보안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2001년에는 연구개발 부문, 2002년에는 사업 부문을 강화했다. 즉 보안연구1, 2실을 신설하고 안티바이러스연구실 보강을 통해 통합 보안 솔루션 개발의 발판을 다진 데 이어 이번 조직 정비와 인선을 통해 차기 보안 솔루션의 국내 및 글로벌 비즈니스를 가속화하고 있다.
◆안철수 사장 “2005년까지 세계 10대 보안업체 진입이 일차적 목표입니다. 아직 글로벌 보안업체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통합보안솔루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업체로 자리잡는 것이 가능합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40)은 국내 벤처 기업인의 대명사다. 안철수 사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뽑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국내에서는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은 해외 시장에 막 출사표를 던진 풋내기라고 평가한다. 이를 반영하듯 안철수 사장은 최근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거 염색한 히피 헤어스타일로 ‘안철수가 변했다’는 내용의 광고에 직접 출현한 적이 있지만 이번의 변신은 질적으로 다르다. 단지 외형적인 변화가 아니라 안철수연구소를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스스로 ‘안철수 없는 안철수연구소’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전략 수립은 물론 개발에서 영업, 마케팅까지 회사의 모든 업무를 관장하던 것에서 탈피해 이제는 업무 분담에 의한 책임경영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부사장 영입을 계기로 국내외 영업을 맡겼으며 전략기획실에서는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제반 노하우를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해 이른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을 택한 것이다. 안철수 사장은 세계 최고의 보안업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은 정면으로 대결할 때가 아니지만 현재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한다면 머지않아 좋은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자심감을 나타냈다.
◆존 톰슨 회장 “백신 및 유틸리티 전문업체에서 글로벌 보안업체로.” 존 톰슨 시만텍 회장(52)은 세계 보안업체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기업 변신을 일궈낸 CEO로 평가받는다. 최근 IDC 발표 자료에 의하면 시만텍은 CA를 제치고 세계 최대 보안업체로 부상했다. 과거 시만텍하면 ‘노턴디스크닥터’나 ‘노턴앤티바이러스’와 같은 PC용 소프트웨어가 연상됐다. 하지만 지금은 매출뿐만 아니라 보안 분야의 토털 솔루션을 갖춰 명실상부한 보안업계의 리더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시만텍의 변신을 이끈 주역이 존 톰슨 회장이다. 28년 동안 IBM에 근무한 존 톰슨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주요 공략 대상을 개인 고객에서 기업 고객으로 전환했다. 과감한 인수합병이 전략의 중심이다. 존 톰슨 회장은 방화벽 분야 선도업체인 액센트를 10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마운틴웨이브, 리코스테크놀로지, 립테크, 시큐리티포커스 등을 3억7500만달러에 무더기 인수했다. 공격적인 인수를 통해 시만텍은 통합보안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매출도 3년만에 6억3200만달러에서 10억7000만달러로 늘어났다. 특히 최근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져 올해 2분기는 작년 동기에 비해 39%나 증가했다. 존 톰슨 회장은 향후 시만텍의 행보를 “개인과 기업 고객 모두를 위한 사용과 설치가 쉬운 보안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그는 “각 보안 솔루션의 기술을 갖추고 이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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