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지분제한 철폐와 함께 WTO DDA 통신서비스 개방 협상의 핫 이슈는 국경간 공급제한 폐지다. 국경간 공급(Cross-border Supply)이란 인력이나 자본 등 생산요소를 수반하지 않고도 국가간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서비스 제공의 한 형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서비스 수입국 내에 서비스 공급업체를 설립,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상업적 주재나 해외소비, 자연인 주재 등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급형태로는 서비스 수입국 내에 서비스 공급업체를 설립,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상업적 주재다. 그러나 상업적 주재는 이미 어느 정도 개방돼 있어 관심의 초점은 일단 국경간 공급으로 옮아가고 있다. 그동안 통신서비스는 상품과는 달리 전통적으로 무역의 대상이 아니라고 인식돼 왔으나 정보기술(IT)의 발전에 따라 무역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콜백 서비스가 전형적인 예다. 인터넷전화(VoIP)·국제단순재판매(ISR)·위성서비스도 유사한 형태로 거론된다. 미국 WTO 통상협상 전문가인 로라 B 셔먼은 “앞으로 통신서비스 개방협상에서 핵심의제로 다뤄질 부문은 바로 국경간 공급제한 폐지”라며 “세계 각국은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이 부문에 대한 협상전략 마련에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IT의 발전으로 서비스가 무역의 대상으로 떠오름에 따라 국경간 공급제한 폐지가 핵심적인 의제로 이슈화된다는 의미다. 서비스 공급방식이 이처럼 중요한 테마로 떠오른 것은 무엇보다 IT의 발전 덕택이다. 특히 전자상거래(EC)의 활성화에 따라 국경간 공급제한 폐지는 각국간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비스 상대국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도 자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가서비스의 경우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7년 WTO기본통신협상이 타결될 당시에는 국경간 공급제한 규정(전기통신사업법 제59조)이 있었으나 지난해 1월 1일 자동소멸됨에 따라 사실상 공급제한 규정이 폐지됐다. 따라서 국내 시장의 경우 선진국 통신기업의 진출이 용이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우리가 해외진출 대상국으로 삼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국가들은 아직 국경간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은 물론 국경간 공급제한이 거의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우리나라도 중국·동남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들 국가의 국경간 공급제한 규정을 폐지하기 위한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개방의 정도에 머무르지 말고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유명무실해진 국경간 공급제한 규정 폐지를 내세워 중국 등지의 통신서비스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IT도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고 통신시장의 성숙도도 높다. 국내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경간 공급의 경우 각국이 반경쟁행위 통제, 국내 소비자 보호, 조세부과, 국가안보 등이 문제될 경우에 대비해 규제근거를 마련했으나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점차 이같은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국경간 공급과 관련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트(GATS) 규정을 근거로 제한이 가능하므로 제한 유지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제로 국경간 공급제한 규정이 철폐돼 선진국과 경쟁할 경우의 영향에 대해서는 큰 소리칠 만한 입장은 아니다”며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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