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리서치플러스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8월 14일부터 9월 7일까지 25일 동안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2002년 하반기 및 2003년 전자·정보통신 산업환경 및 경기전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에 분포해 있는 전자·정보통신업체의 CEO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해 전화·팩스 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유효표본은 전국 202개 업체였으며 표본추출은 정보통신·인터넷, 가전, 반도체·부품, 산업전자, 컴퓨터(하드웨어), 소프트웨어·시스템통합(SI)·게임·영상, 유통산업 등 7개 업종으로 나눠 할당추출법을 사용했다. 이번 설문조사 내용이 국내 전자·정보통신인들에게 현재의 경제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경제시대에 부흥하는 새로운 경영계획 수립과 새해 사업구상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지난해 미국 심장부에서 터진 9·11테러 사태 이후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2차 테러(?)를 당한 국내 IT산업이 올해들어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는 사상 첫 ‘IT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IT강국의 면모를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IT산업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전자·정보통신업계의 CEO들은 내년부터 내수 및 수출경기가 호전되면서 국내 IT산업도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심리 회복이 관건=설문조사에서 대다수 CEO들은 지난해보다는 올해, 올해보다는 내년에 내수환경이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2001년 대비 2002년의 내수환경 변화를 보면 ‘매우 나빠졌다(25.4%→2.6%)’ ‘다소 나빠졌다(44.0%→17.6%)’ 등의 부정적 평가가 전년의 69.4%에서 올해 20.2%로 급감한 반면 긍정적 평가는 ‘매우 나아졌다(0.5%→2.0%)’ ‘어느 정도 나아졌다(12.4%→48.8%)’ 등으로 전년의 12.9%에서 50.8%로 매우 높아졌다. 내년 내수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CEO의 61.5%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전년의 56.9%보다 4.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어느 정도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58.9%로 전년(56.9%)와 비슷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매우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CEO가 없었던 반면 올해는 2.6%나 응답, 전체적으로 낙관적인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내수 경기를 밝게 보는 이유로는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소비증가(13.8%)’ ‘정권교체에 따른 불안 정국의 해소(12.8%)’ ‘경기부양정책(12.7%)’ ‘신정부의 정책(7.4%)’ ‘월드컵 특수로 인한 경기회복(6.4%)’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CEO들은 회복기, 투자심리 확대, 국내 IT업종의 성장, 정치안정, 시중의 풍부한 자금, 정보화 마인드 확산, 미국 경기 상승세,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마무리,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기타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구조조정과 경기활성화’ ‘월드컵 특수’ ‘세계 경제의 회복과 국가경쟁력의 강화’ ‘정치안정에 따른 부양효과’ 등을 주된 이유로 지목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 정부의 구조조정을 수위항목으로 꼽은 CEO들이 소비심리 회복으로 우선 순위를 급선회한 이유는 경기 회복 여부가 정부의 정책차원에서 해결되기엔 한계가 있으며 그보다는 소비심리 회복에 기대를 거는 것이 훨씬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대다수 CEO들이 ‘내수침체’와 ‘수요감소’를 주된 이유로 꼽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해 볼 수 있다. ◇미국 경제불안이 최대 걸림돌=올해 하반기들어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IT제품의 수출호조에 힘입어 7∼8월 연속 우리나라의 전체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IT품목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수요처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EU·중국 등 주요 4대 시장에서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런 배경에서인지 수출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저년의 72.7%에서 올해는 32.6%로 대폭 줄었으며 반면 나아졌다는 반응은 12.5%에서 39.9%로 매우 높아졌다. 수출환경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도 23.5%나 나왔다. 내년 수출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선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전년의 56.5%에서 59.9%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탓인지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14.4%로 전년(0.0%)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수출경기를 낙관하는 이유로는 ‘미국 경기 회복’이 24.3%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다음으로 ‘수출경쟁력 향상(10.9%)’ ‘중국시장의 성장(6.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CEO들은 또 환율안정, 월드컵 특수로 인한 경기 회복, IT강국의 뛰어난 기술력, 유럽경제 성장, 국가신인도 제고, 해외 휴대폰 수요 증가, 반도체 경기 회복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CEO들은 주된 이유로 ‘환율손차(40.9%)’와 ‘미국경제의 불활실성(36.3%)’ ‘수출경쟁력 약화(27.3%)’ ‘신흥경제국가의 등장(13.6%)’ ‘일본 경기의 장기 침체화(9.1%)’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9.1%)’ 등을 꼽았다. 한편 국내 IT수출환경의 최대 변수인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지난 7월말부터 둔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대미 IT수출에 다시 한번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속도를 잃은 것은 제조업 경기의 부진과 고용증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최근 수주간 미국 경제활동의 성장속도는 전 업종에 걸쳐 둔화됐으며 미국의 각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경기가 활력을 잃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탓이지 IT업계의 대다수 CEO들은 내년 수출확대를 위해 가장 중시하는 시장으로 미국(34.4%)이 아닌 아시아시장(60.7%)을 지목했다. 유럽시장을 중시하겠다는 응답도 28.1%로 비교적 많았으며 나머지 남미·중동 시장 등은 소수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과 인터넷, 반도체·부품 업종 대부분 아시아를 꼽은 반면 반도체·부품과 산업전자 분야는 북미시장을, 가전과 산업전자, 컴퓨터는 유럽시장을 각각 지목했다. ◇과감한 신규투자와 수출시장 개척으로 승부=국내 경기의 회복시기에 대해 CEO의 62.7%는 내년이라고 응답했고 24.1%는 내후년 이후, 연내 회복을 예상하는 사람도 13.2%나 됐다. 분기별로는 내년 2분기 경기회복을 예상한 응답이 28.0%로 가장 많았다. 늦어도 내년 2분기부터는 국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CEO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투자를 집중하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37.9%)’를 가장 중시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인력양성(20.4%)’과 ‘설비투자(18.9%)’ ‘해외시장 개척(16.9%)’ ‘정보화부문(4.0%)’ 등의 순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CEO들은 해외시장 개척, 신규 아이템의 출시, 시장의 다변화, 원가절감, 신기술 개발 등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CEO들은 또 매출확대를 위해 내년에는 ‘수출시장 개척(51.6%)’과 ‘신제품 개발(37.9%)에 중점을 두면서 ‘내수영업 강화(24.3%)’와 ‘사업다각화(24.2%)’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CEO들의 대부분은 수출확대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마케팅력 및 영업강화(74.4%, 복수응답)’를 꼽았으며 다음으로 ‘신제품 개발(51.1%)’ ‘현지 바이어 발굴(32.7%)’ ‘현지공장 건설(17.8%)’ 등의 순으로 중시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부품의 경우 현지공장 건설(38.5%)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가전의 경우 신제품 개발(64.7%)을 중시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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