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울린 `IT대권 레이스`■ 세계 정보기술(IT)업체는 지금 차세대 단말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삼성전자 등 초대형 IT업체들이 이미 차세대 단말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걸음을 내딛었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PC업체들도 이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이 지난해부터 4억대를 정점으로 정체에 빠져들고 PC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주요 정보기기 업체들이 새로운 수요창출과 수익개선을 위해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차세대 단말기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등 3세대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이동전화단말기를 통해 대용량의 정보 송수신이 가능해진데다 초고속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기존의 가전기기·통신기기·PC 등 정보기기의 고유경계가 사라지면서 신개념의 단말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PC와 통신이 융합된 PDA △TV와 통신이 통합된 인터넷TV △이동전화단말기와 PC가 결합된 스마트폰 등이 대표적인 차세대 단말기 선두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이동전화단말기 운용체계(OS) 시장에 진출하고 휴대폰 세계 최강 노키아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차세대 단말기의 중심축이 이동전화단말기로 급격하게 쏠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PC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정보기기들도 언제든지 차세대 단말기를 주도하는 제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차세대 단말기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장흐름을 재빨리 읽고 대처한다면 누구에게나 시장을 장악할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PC시장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금액과 수량이 각각 3.3%, 7.6% 성장에 그치는 반면 지난해부터 개화하기 시작한 포스트PC 시장은 오는 2010년까지 매년 3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3785억1700만달러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전체 PC 시장에서 차지하는 포스트PC의 비중은 지난해 19.4%에서 오는 2010년 65.2%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성장잠재력 높지만 리스크도 크다=차세대 단말기는 컴퓨터·가전·통신기기간의 경계가 없는 새로운 영역이다. 이른바 정보기기의 컨버전스(통합) 분야인 셈이다. 각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초대형 업체들이 맞붙을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가령 PDA사업에 한계를 느낀 HP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다면 노키아와 삼성전자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세대 단말기 시장은 성장잠재력만큼 리스크도 큰 시장인 것이다. 아무리 초대형 업체라도 경쟁에서 기존 정보기기들이 성장성에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차세대 단말기 시장에서 밀리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5년간 50%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폰과 PDA 분야는 최근 들어 세계적인 IT업체들이 몰려들면서 세계 최강의 서바이벌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이동전화단말기·핵심부품 강해 유리=삼성전자는 최근 노키아가 버티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이엔드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서 쌓은 최고급 이미지와 제조기술을 앞세워 차세대 단말기 시장도 주도하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의 컴퓨터시스템사업부에서 이미 PDA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무선사업부가 적극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것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업계는 삼성전자를 비롯, LG전자와 중견업체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감으로써 이동전화단말기를 매개로 한 차세대 단말기 시장에서 한국이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한다. 한국이 정보기기의 주요 핵심부품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메모리반도체와 TFT LCD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최근에는 전지분야에도 막대한 투자를 통해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는 중이다. 가입자 3000만명을 넘어선 이동전화서비스와 급속하게 사용자가 증가하는 유무선 인터넷도 한국의 차세대 단말기ㄹ의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또 국내 벤처기업의 33% 정도가 IT 관련 기업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차세대 단말기를 제2의 CDMA 신화로’=산업자원부는 지난 7월 차세대 단말기 강국을 만들기 위해 포스트PC 산업포럼을 출범시켰다. PC 이후 새로운 IT 성장 견인산업으로 떠오르는 포스트 PC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산·학·연 협력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럼에는 삼성전자·LG전자·제이텔 등 200여개 포스트PC 관련기업과 학계·연구계에서 전문가 300여명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산자부 디지털전자산업과 윤상직 과장은 “포럼은 앞으로 포스트PC산업 발전 정책을 만들고 핵심기술 개발 방향을 제시해 한국 차세대 단말기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차세대 단말기의 중요성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어떻게 차세대 단말기 관련 국가적 리소스를 묶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단말기 분야도 CDMA처럼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CDMA 단말기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GSM 단말기 시장까지 진출해 세계 최고의 이동전화단말기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처럼 차세대 단말기도 민·관·연이 한덩어리가 돼 세계 최강을 만들자는 것이다.
■차세대 단말기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 이동전화단말기·PC·가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차세대 단말기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시장으로 시장을 확실하게 주도하는 제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 차세대 단말기 시장을 주도하려는 제품간 기업간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동전화단말기에 무선인터넷 및 PC 기능을 추가한 휴대형 포스트 PC. PDA-인터넷 접속과 개인정보 관리 및 컴퓨터 기능을 부가한 휴대형 포스트 PC. 신클라이언트-하드디스크와 별도의 주변장치 없이 기본적인 메모리만으로 서버와 네트워크로 운영되는 사무 및 공공용 포스트 PC. 오토PC-자동차내에 설치되며 인터넷·정보처리·오디오CD 기능을 갖춘 차량용 포스트 PC. e북 단말기-컴퓨터 파일 형태의 디지털 서적을 읽는 전용 포스트 PC. 인터넷게임기-비디오게임 외에 인터넷 기능을 접목시킨 가정용 포스트 PC. 인터넷스크린폰-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전화 및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가정 및 사무용 포스트 PC. 웹터미널-인터넷 및 간단한 문서작성이 가능한 가정용 인터넷 접속 포스트 PC. 웹패드-대형 스크린을 탑재하고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가정 및 사무용 인터넷 전용 포스트 PC. 인터넷TV-PC 대신 디스플레이 장치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 및 사무용 인터넷 전용 포스트 PC.
■기고: 플랫폼 대응 전략-조준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사진) ■ 국내 이동통신단말기 산업은 지난 97년 10월 PCS의 도입 이후 내수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단기간내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수출품목에서 단말기는 97년 9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00년 73억달러, 2001년 85억달러로 급성장하면서 수출 주력품목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2001년 삼성전자가 4위, LG전자가 10위권에 진입했으며 팬택,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등 중견 업체들도 20위권내에 포진하는 위상을 확보했다. 국내 단말기 산업이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IT분야의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국내 단말기 기업들이 향후 진행될 기술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차별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향후 5∼6년간은 기술 및 시장 변화 방향에 대한 예측력을 바탕으로 주도적인 제품 컨셉트 분석과 신속한 시장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단말기 분야는 기업들의 기능차별화 노력으로 테크놀러지 푸시(소비자들의 요구보다 한발 앞서는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요구가 불명확한 상태에서도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제품을 계속 출시함으로써 시장 창출에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할 수도 있다. 고객의 요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제품 컨셉트를 파악하고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다기능 단말기 등 플랫폼 중심의 개발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전략이란 다양한 파생제품을 효과적으로 개발, 제조할 수 있도록 공통의 공유 기반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제품의 수가 많아지고 기능이 다양화되면서 제품별 접근방식보다는 공통기술을 바탕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플랫폼 접근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플랫폼 전략을 적절히 구사할 경우 플랫폼 로드맵을 통해 기술개발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기술의 재사용이 가능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제품의 적기 개발 및 출시, 제품 라인업 다양화 등을 통해 신속한 시장 대응이 가능하고, 규모의 경제를 원활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선 기술융합과 기능복합화에 대비해 통신·컴퓨팅·오디오·비디오간의 통합 역량을 지속적으로 배양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는 시장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다기능 폰 중심의 제품 개발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통합 단말기의 경우 적극적인 시장 공략보다는 컨셉트 제품이나 파일럿 제품의 개발 및 출시로 지속적인 기술역량을 배양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물론 정부와 학계에서도 통합 멀티미디어 단말기에 대한 연구와 기반 기술력 확보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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