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그 자체로도 성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타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도 지대하고 기술 및 두뇌 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러한 반도체 산업을 우리 민족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1983년, 삼성그룹이 ‘우리는 왜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선언문 발표시 반도체 사업진출 선언문의 일부분이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는 70년대의 두차례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늪에서 간신히 벗어나던 때였으며 79년 10·26 사태에 이어 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 등 잇따른 정치적 사건으로 정세가 혼미했던터라 삼성의 ‘깜짝선언’은 정부와 재계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반도체 산업은 타 제조산업과는 달리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필요로 하는 데다 기술 수준도 해외 반도체 선진국에 비해 상당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반응도 냉소 그 자체였다. 하지만 불비한 여건 속에서 무모하다는 말까지 들었던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이후 고성장을 거듭하며 ‘반도체 대국’을 향한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삼성전자의 전신격인 삼성반도체통신은 그해 기흥사업장을 착공하고 이듬해엔 256k D램 개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룬다. 유사한 시기 현대그룹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설립하면서 전자정보통신 사업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이듬해 9월 반도체 제조용 팹(fab)을 완공, 국내 최초로 16k S램 시험생산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반도체 역사의 새 장을 연다. 89년엔 금성사(현 LG전자) 메모리사업부와 금성반도체 비메모리사업이 통합, 금성일렉트론(LG반도체의 전신)이 탄생, 반도체 빅3를 형성한다. 이후 반도체 3사는 상보적인 경쟁관계 속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신화를 이룩한다. 삼성전자가 84년 64k D램으로 메모리 사업 본격화에 나섰을 때만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4년 가량 뒤져 있었으나 16M D램이 개발되던 89년에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없앴다. 94년엔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최초로 256M D램 개발에 성공했으며 96년엔 선진국에 비해 1년 이상 앞서 ‘기가시대’를 열며 기술역전의 계기가 마련된다.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95년 세계 최초로 256M S램 개발에 이어 97년 세계 최초로 ‘SOI기술’을 이용한 1G SD램 개발에 성공한다. 90년대 중반부터 이들 업체가 개발한 제품의 대부분은 ‘세계 최초’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삼성전자는 특히 93년부터 10년째 메모리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했으며 하이닉스는 LG반도체와의 빅딜을 거쳐 세계 2, 3위권을 형성하며 삼성과 양강체제를 구축한다. 그러나 삼성과 하이닉스라는 쌍두마차에 의해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해온 한국 반도체산업은 21세기들어 기업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난해말 하이닉스 매각 문제가 불거져나오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후 미국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과정에서 결렬되기까지 숱한 논란을 뿌리며 반도체산업은 물론 한국경제의 ‘딜레마’로 남아있다. 전자업종으로는 드물게 ‘극일’과 ‘세계 제패’를 동시에 실현한 ‘효자’ 업종의 위상을 계속 지켜나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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