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은 사이버코리아 21이라는 국가정보화 정책과 e코리아 구상을 과감하게 추진해 정보통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것이 정보화사업의 완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는 본격적인 21세기 국가발전전략인 u코리아 구상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준비 작업이다. 광대역, 대용량, 초고속 모바일과 Ipv6, 홈 네트워킹 등의 신기술이 실용화되면서 정보통신 분야는 입체적이고 열려진 공간의 세계로 한 차원 발전하고 있다. PC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플랫폼은 포스트 PC를 주축으로 한 모바일 단말기나 정보가전 및 디바이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경쟁적으로 개발되는 각종 정보기술들은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양한 기술 발전은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융합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지향하고 있다. 제3공간은 이질적인 공간들의 융합공간이자 상이한 공간들이 교차되는 복합공간이며, 분산된 공간들이 연결되는 연계공간이다. 딱딱한 물리공간에 정보기능을 심고 풍선과 같은 전자공간을 물리공간에 연결함으로써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공간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혁명이 지향하는 제3공간의 창출은 새로운 경제메커니즘을 제시한다. 새로운 공간 경제가 도래하면 민간기업에도 새로운 경영방식이 필요하듯, 국가 전체적으로도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 요구된다. 과거, 농경시대의 국가발전 전략은 물의 흐름과 저장에 중점을 두었고 산업시대의 전략은 중단없는 자원의 흐름과 저장에 초점을 맞췄다. 정보시대의 전략은 이음매 없는 정보의 흐름에 두어졌다. 제3공간 경제시대의 국가발전 전략은 단절없는 공간 서비스의 흐름에 초점을 둘 것이다. 또 농경시대에는 농토공간, 산업시대에 있어서는 도시공간, 정보시대에 있어서는 전자공간이 국가 발전의 핵심 공간으로 기능하였듯이, 유비쿼터스 혁명 시대에는 제3공간이 국가 발전의 핵심 공간으로 기능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국가발전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u코리아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u코리아 구상은 제3공간 시대를 선도하는 포스트 IT혁명 패러다임을 국가경영전략과 접목시키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u란 ubiquitous의 머릿글자로 ‘동시에 가는 곳마다 존재함과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연결돼 활용될 수 있다’는 편재성과 무결절성을 중시한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유선망과 무선망, 고정망과 이동망, 방송망과 통신망, 칩과 센서 네트워크 등 수많은 종류의 망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생활 주변의 단말과 디바이스 및 가전기기들이 자유롭게 연결돼 활용되는 네트워크 환경이 관건이 된다. u코리아 구상은 유비쿼터스네트워크(UNI:Ubiquitous Network Infrastructure)의 기반 위에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공간재화와 공간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u정부, u비즈니스, u라이프 등 새로운 21세기형 국가사회를 창출하자는 개념이다. u코리아의 출발점은 강력하고도 보편적인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하는 데서 출발한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모든 종류의 미디어로 접속할 수 있으며 수십∼수백 Mbps의 광대역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UNI 위에 수십·수백억개의 통신단말과 정보가전, 시설과 장비 그리고 사물들이 Ipv6를 기반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무수한 센서와 칩으로 연결된 상황인식망과 위치추척망으로서의 역할을 복합적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기능을 위해 UNI는 1인당 상시 접속 6Mbps(유선 4Mbps+모바일 2Mbps) 이상, 가정 단위 50Mbps이상의 초고속, 대용량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차원에서 국가의 차세대 네트워크 공급 계획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두번째로 유비쿼터스 혁명은 얼마나 많은 칩과 센서를 효율적으로 물리공간에 심는가에 의해 그 성공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u코리아를 구현하는데 가장 많은 정책적 투자가 필요한 부문이 바로 칩과 센서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문제는 칩과 센서를 물리공간에 한번 심고 나면, 이를 철거하거나 다시 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칩과 센서가 표준화되지 못한 경우, 장소를 이동함에 따라 공간 서비스가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없다. 결국 칩과 센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국토 전체의 효율화라는 관점에서 표준화돼야 한다. 과거 TDMA와 CDMA의 표준 결정과 마찬가지로, 칩과 센서의 표준화는 국가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공간서비스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결국 칩과 센서의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표준화를 선도하여야 한다. 서로 다른 기술과 목적을 추구하는 사업자들로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표준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공감할 수 있는 u코리아 기본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지닌 사회 각 주체들의 노력을 결집하는 작업이야말로 u코리아 구상의 전략적 목표다. 하지만 과거 정보화와는 달리 유비쿼터스 혁명을 정부 주도적으로만 추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유비쿼터스 구현을 위한 칩과 센서의 이식과 공간 서비스의 제공은 민간기업에 의해 제공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소규모 핫 스팟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 망이 단기간에 보급되면서, 정부는 e코리아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물리공간의 지능화는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부문의 경쟁을 통해 동시다발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공공부문의 유비쿼터스화를 추진함으로써 국가 사회 전반의 유비쿼터스화를 앞당길 수 있다. 국가 사회적인 유비쿼터스화를 촉진할 수 있는 사업으로 u도시사업, u교육사업, u보건사업, u공원사업, u정부사업 등과 같은 10대 u그랜드 프로젝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공공 유비쿼터스 공간(PUS:Public Ubiquitous Space)’을 조기에 건설하는 동시에 민간부문의 유비쿼터스화를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한다.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융합을 지향하는 u코리아 구상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한 전략적 실천방안을 도출함으로써 21세기 국가발전 전략의 한 축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박스>e코리아에서 u코리아로 지난 10여년 동안 사이버공간은 우리에게 새로운 발전 기회이자 신대륙으로 다가왔다. 지난 97년의 어둡고 험난한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벤처기업, 신지식인, 사이버 코리아 등을 국가적인 좌표로 설정하고 사이버입국 또는 전자입국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까지 추진해온 e코리아는 이러한 사이버 입국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사이버코리아 21이 전자공간을 확충하는 것이라면, e코리아는 확충된 전자공간에 기능(function)을 채우는 정책이다. 특히 물리공간에서 이루어지던 기능들을 전자공간으로 이식하는 것이 e코리아의 핵심이다. 전자정부는 물리공간의 정부가 수행하던 기능들을 전자공간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전자공간을 확충하고 그 기능을 충실화하면 할수록 전자공간은 물리공간으로부터 멀어져만 갔다. 지난 10여년 동안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한가지 신화가 우리의 뇌리를 지배했다. 전자공간은 효율적이며, 물리공간은 비효율적이라는 잘못된 믿음이다. 이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새로운 국가경영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제3공간 시대의 이념을 기반으로 e코리아를 잇는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 u코리아 구상이다. 사이버 코리아가 전자공간을 확충하고 e코리아가 전자공간의 기능을 충실화하는 구도였다면, u코리아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을 물샐 틈 없이 연계시키고자 하는 전략구도다. e코리아는 사람이 정보를 가공·생산·유통·저장·공유하는 중심이었던데 비해, u코리아는 사람과 사물 그리고 공간과 활동이 고도로 연계된 상황을 상정한다. e코리아시대의 정보는 사람에 의해 편집되고 가공된 정보이지만 u코리아는 사물에 의해 직접 제공되는 정보까지도 포함한다. u코리아가 대상으로 하는 정보는 편집되지 않은 살아있는 정보다. e코리아의 정보흐름이 다소 정태적이었다면, u코리아의 정보는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동태적인 흐름(Dynamic Information)을 나타낸다. u코리아를 통해 전자공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성이 물리공간의 충실한 실체성과 결합될 때 새로운 발전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u코리아는 e코리아에 비해 훨씬 확대된 영역을 대상으로 하며 더 고도화된 네트워크 기반을 요구한다. 따라서 e코리아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관리방식을 필요로 한다. u코리아는 기존의 정보화 전략의 일환으로 다루어지기보다는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독자적인 정책으로 구상돼야 한다. 새로운 술은 새로운 푸대에 담아야 상하지 않고 푸대가 찢어지지 않듯이, u코리아 구상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정책구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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