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기술발전과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만을 제도화한다.’ ‘기존 오프라인 금융거래와의 형평성과 현행 법적 규율과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재정경제부가 조만간 공청회를 통해 공개할 전자금융거래기본법(이하 전자금융법)의 입법 원칙이다. 아직 법안 제정요강만 마련한 상태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물론 연내 국회상정이라는 재경부의 계획이 일정대로 추진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대선 등 복잡한 정치일정 속에 다급한 경제현안 관련 법이 산적해 있어 공청회 후 입법을 서두르더라도 연내 국회상정은 불투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입법취지=한마디로 다양한 전자금융서비스가 생활 속으로 파고들면서 더이상 법제화 작업을 미룰 수 없다는 정책 판단에서다. 1000만명을 돌파한 인터넷뱅킹 인구와 완전 대중화된 사이버주식거래가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다 신종 지불수단인 전자화폐가 등장하면서 스마트카드·휴대폰이 지급결제 도구로 변모하고 있다. 오프라인 금융서비스의 경우 사업자는 당연히 금융기관이었지만 정보기술의 급진전에 힘입어 사업주체의 경계도 허물어지는 추세다. 법제화 시기를 미뤄왔던 재경부·금융감독원·한국은행·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가 전자금융법 제정에 전격 나설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이다. 주무부처인 재경부는 전자금융거래의 효력과 당사자간 법률관계, 소비자보호장치, 사업자 감시·감독방안 등 법률로 규정할 최소 사항만을 법안에 담을 방침이다. 또 민·상법과 전자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 전자금융감독규정,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등 기존 법체계의 상충점과 미흡한 대목을 보완할 계획이다. ◇법안의 윤곽=재경부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 당사자와 금융기관, 서비스주체간의 법률관계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 신흥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원칙”이라고 제정 목적을 밝혔다. 이에 따라 법 적용범위도 기본적으로는 전자적 장치를 통해 이뤄지는 모든 금융거래가 그 대상이다. 또 전자금융업의 진입규제와 감독 및 검사권을 부여, 통신사업자와 전문업체 등 전자금융업체의 범위를 새롭게 규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은 물론 일부 서비스를 위탁 운영하는 비금융권 사업자에도 전자금융 업무를 허용하되 구체적인 인가 및 감독규정을 마련키로 했다. 전자금융업자의 경우 인가 및 등록요건과 자본금·지급준비금·자산운용 등에 대한 규율이 거론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시 활용되는 ‘전자문서’는 기존 전자거래기본법을 준용하되 어음·수표 등 일부 유가증권은 전자문서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결론이다. 거래당사자간 분쟁방지를 위해서는 전자자금이체 확인시점도 필수적인 입법조항이다. 일단 재경부는 다양한 전자금융 거래형태별로 구체적인 효력발생시점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거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금융기관 및 거래당사자간 권리·의무를 강화하고 특히 해킹이나 사고발생시에는 금융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강도높게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전자화폐의 경우 기존 선불카드는 별도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되 현금통화와의 교환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B2B e마켓플레이스 결제수단으로 보급되고 있는 전자외상매출채권도 양도 대상을 금융기관만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밖에 전자금융거래정보의 보관·통보, 개인정보보호, 각종 전자금융업자의 규제 방안도 포괄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비록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사업자의 권리·의무나 인가 등 풀기 힘든 쟁점사안은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전자금융법은 치열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내년 이후에나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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