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가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해 새로운 수출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DVR 업체들의 수출액은 약 6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DVR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4000억원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반이 전망한 올해 DVR 시장규모는 약 7억달러로 국내 DVR업체의 수출목표가 달성되면 국산 DVR가 세계 DVR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 이는 IT관련 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 2960만달러 수준이던 DVR 수출은 지난해 233.1% 늘어난 986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214%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3억1000만달러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황=국산 DVR는 대부분 해외 유명 보안장비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되고 있다. 2000년까지는 테스트 차원의 소량 수출이 주류를 이뤘지만 작년부터는 대규모 물량의 계약이 체결되기 시작됐으며 올 들어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펠코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피카소정보통신(대표 김동연)은 일본과 유럽의 대형 전자업체와 수출계약 사전단계인 품질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1분기에 이미 53억원의 수출고를 올렸으며 올해 270억원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진씨앤씨(대표 임병진·윤웅진)는 최근 세계 최대 보안장비업체인 미국 펠코와 제품공급 계약을 맺고 이달부터 수출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올해 380억원의 DVR 매출 가운데 250억원 가량을 해외에서 거둬 들일 계획이다. 아이디스(대표 김영달)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70%인 110억원어치를 수출한 데 이어 올들어선 미국 하이트론 등을 통해 1분기에만 55억원의 수출실적을 올렸고 연말까지 전체 매출의 85% 수준인 280억원의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작년 DVR 매출 2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한 코디콤(대표 안종균)은 최근 미국 제네럴솔루션과 향후 5년간 200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작년 50% 정도였던 수출비중을 올해는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밖에 우주통신(대표 김형태)은 최근 미국 RBM과 12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으며 포스데이타(대표 김광호)도 스탠드얼론형 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배경=이러한 DVR 수출 급증은 지난해 9·11테러 이후 해외시장에서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DVR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DVR업체의 꾸준한 해외 마케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국산 DVR의 성능이 인정받은 것이 수출 증가의 핵심요인으로 평가받는다. DVR의 성능은 동영상 품질과 압축률로 좌우된다. 현재 상당수 국내 DVR업체들이 최대 16대의 카메라에서 촬영하는 동영상을 초당 30프레임으로 재생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일부 업체는 재생뿐 아니라 초당 30프레임 녹화까지 구현하고 있다. 데이터 용량을 작게 만드는 압축률 기술도 뛰어나 프레임당 용량을 3 내외에 구현하고 있다. 또 외국업체들이 원격제어용 컨트롤러나 다중영상장비 등을 별도로 판매하는데 비해 국산 제품은 대부분 이를 기본장착해 인터넷을 통한 원격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더하고 있다.
△전망=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JP프리맨은 작년 세계 CCTV 시장규모는 약 3조5000억원이며 2003년까지 매년 8%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DVR는 2005년 이후에 CCTV 시장의 약 5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2005년 세계 DVR 시장은 대략 2조3000억원에 이르게 되며 국내 DVR업체의 시장점유율이 그대로 유지되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수출이 가능하다. 올들어 하드웨어 기술력이 탄탄한 대만과 상대적으로 싼 임금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시작됐지만 업계에서는 중저가제품의 경우 1년, 고가제품은 2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있어서 큰 위협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반면 과제도 적지 않다. 동영상 처리 칩 등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통한 원가절감과 수익률 향상을 위한 자체 브랜드 수출은 내년부터 이슈로 부상할 전망으로 이에 대한 국내 DVR 업체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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