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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1부 제3공간의 등장(6)제3공간으로의 진화


카테고리 : 레포트 >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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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1부 제3공간의 등장(6)제3공간으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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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한반도에서는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당시 문명충돌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지식인들의 입장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었다. 개화냐 쇄국이냐의 극단적 대안을 선택하려는 입장과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의 두 줄을 곡예사처럼 타면서 국익을 최대화하려는 지식인들도 있었다. 그리고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을 융합한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21세기 문턱을 넘어선 지금,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충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 역시 세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양 공간에 적합한 기능으로 특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양극화의 관점이다. 둘째는 동일한 기능이 양 공간에 중첩되어 존재할 것으로 보는 중첩화의 시각이다. 셋째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긴밀히 상호작용을 할 것이며 그 결과 양 공간의 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융합화의 관점이다.
 양극화의 관점은 전자공간에 적합한 기능은 물리공간에서 퇴출되고 전자공간으로 이전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거꾸로 전자공간에서 비교 우위가 없는 기능은 물리공간으로 특화된다. 즉 공간별 기능 특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전자공간 기능이 고도로 발달하면 물리공간에 존재하던 은행 점포나 교육기관 등이 물리공간 상에서 사라지고 물건을 조립하는 공장이나 택배 회사 등 물리공간에 적합한 기능들만이 물리공간에 존재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러한 양극화의 관점은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보완적 관계보다는 경쟁적 관계에 주목한다. 이는 사이버주식·인터넷뱅킹·전자도서관·전자우편 등과 같이 전자공간이 물리공간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 현상을 통해 충분히 설명된다. 물리공간을 점유하기 위해서는 비싼 땅과 건물값을 지불해야 하지만 전자공간은 비싼 땅값을 요구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물리공간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따라서 전자공간의 비교우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공간 교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공간 교체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자공간의 불평등성과 불안정성이다. 전자공간은 엘리트의 공간으로서 전자공간에 특화된 기능들은 엘리트만이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평등성이 제기된다. 또한 전자공간은 마찰 제로의 공간적 특성으로 인해 조그만 충격에도 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이같은 디지털 도미노 현상으로 인해 전자공간은 근원적으로 불안정성을 지니고 있다.
 양극화의 관점에 비해 중첩화의 관점은 과도기의 혼란을 중재하고자 한다. 동일한 기능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에 복수로 존재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중첩화의 관점이다. 예를 들어 은행 점포, 공공기관의 민원창구, 서점 등은 전자공간에도 존재하지만 물리공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양극화의 관점이 효율성에 초점을 두었다면 중첩화의 관점은 형평성을 강조한다. 비록 물리공간이 전자공간에 비해 비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물리공간에서 생활하는 소비자 또는 시민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 서비스의 영역에 있어서는 아무리 비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물리공간에서 이뤄지는 서비스를 폐쇄할 수는 없다. 인터넷상에서 각종 증명서를 발급하면 매우 효율적이지만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여전히 동사무소라는 물리공간에서 모든 증명서를 발급해야 한다.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중첩화가 적용될 수 있다.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격을 차별화함으로써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소비자를 모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공간이 물리공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차별화가 이뤄질 뿐이다. 결국 동일한 기능들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에 중첩되어 존재한다.

 그러나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에 중첩된 기능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공간상의 업무와 물리공간상의 업무가 긴밀하게 연계되지 못할 경우 데이터의 과잉, 정보흐름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상의 기능 중첩으로 인한 과도한 비용 발생도 각오해야 한다. 이처럼 정보소외 계층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중첩화와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중첩화의 제거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고려되면서 서로 갈등을 야기시킨다.
 융합화의 관점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계, 통합해 제3의 공간을 창출한다는 견해다. 제3의 공간은 물리공간의 비효율과 전자공간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한 새로운 공간이다. 융합화의 관점은 두 공간의 단절을 의미하는 양극화의 관점은 물론 두 공간의 비효율적인 연계를 의미하는 중첩화의 관점도 거부한다. 융합화의 관점에서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은 더 이상 상호 적대적이거나 경쟁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융합화의 관점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상호 의존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상호간의 기능 최적화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사막에 건설된 전자공간은 기껏해야 박제된 두뇌에 불과하다. 거꾸로 전자공간이 결여된 도시공간은 뇌가 없는 육체에 지나지 않는다. 전자공간에서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전자상거래를 통해 마케팅·주문·전자결제 기능 등이 최적화되고 물리공간에서는 생산·저장·택배·물류 등의 기능이 최적화된다. 궁극적으로 이같은 두 공간의 연계에 의해 상거래라는 전체 기능이 최적화되는 것이다.

 21세기는 국가, 사회, 경제, 가정의 각종 활동들이 양 공간에 최적화되고 또 유기적으로 연계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동시에 발전하는 공진화(co-evolution)가 이뤄질 것이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융합단계에서 공진화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에서 양 공간의 연계 메커니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 중 어느 한 공간에서 최적화될 수 있는 기능을 전략적으로 구별해 재배치함으로써 국가 전체적으로 공간최적화를 이룰 수 있다. 더나아가 양 공간의 연계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제도 및 전략 등을 마련함으로써 공간 최적화 단계를 넘어 기능 최적화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19세기 문명 충돌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동양문명과 서구문명, 그리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문명적이고도 이데올로기적인 선택을 강요받아 왔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대충돌을 헤쳐나가야 할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와 중첩화 그리고 융합화의 세가지 관점이 공존하고 있다. 이처럼 삼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양극화, 중첩화, 융합화의 관점을 언제, 어느 곳에 적용하는가에 따라 제3공간으로의 진화는 그 궤적을 달리한다. 결국 우리가 공간 진화의 경로를 스스로 선택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인터넷 진화를 결정하는 유전 인자
 지난 69년, 미국 국방부의 시험망으로 시작된 인터넷은 월드와이드웹(www) 기술의 등장과 상업화를 기점으로 전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정보통신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인터넷은 전자공간을 창출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제3공간을 탄생시키는 모태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이 전자공간에 이어 제3공간으로 진화하기까지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전자공간의 진화를 결정하는 주요 유전 인자는 하드웨어적 측면과 소프트웨어적 측면으로 구분된다. 하드웨어적 측면으로는 TCP/IP라는 통신프로토콜의 채택과 이로 인한 개방형 네트워크의 확대, IPv6의 등장에 따른 도메인 공급의 확대, 초고속망의 정비와 모바일 초고속망의 등장, 포스트 PC와 인터넷 가전의 확산 등을 꼽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으로는 네티즌 급증과 이에 따른 시장 규모의 확대, 다양한 전자공동체의 등장과 이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도시의 등장, 그리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사이버 거버넌스와 전자대륙의 출현 등을 들 수 있다.
 하드웨어적 요인과 소프트웨어적 요인이 결합하면서 인터넷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원시 생명체와 같았던 초기 인터넷은 이제 고등 동물과 같은 수준의 전자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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