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동통신회사들의 3세대(3G) 이동통신망 구축이 한창이다. 지난 80년대 초에 처음 선보인 1세대(1G) 휴대폰은 아날로그 기술에 의존했고 그 뒤 나온 2세대(2G) 네트워크는 디지털 방식으로 용량이 커지고 음질이 개선됐다. 이같은 3G로의 행보는 특히 올 들어 미 최대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존와이어리스가 1월에 첫선을 보인 뒤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제 휴대폰으로 고속 인터넷에 접속하고 화려한 영상을 내려받으며 휴대폰 벨소리를 새로 바꾸고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문자메시지를 교환하는 3G 서비스가 드디어 미국에서도 꽃피게 됐다.
버라이존와이어리스는 ‘익스프레스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를 지난 1월 베이 지역(bay area:샌프란시스코만 주변의 실리콘밸리)에서 선보였다. 미 2위 이동통신회사인 싱귤러서비스도 유럽 이동통신 표준인 GSM방식의 초고속 서비스를 이달 시작했다. 스프린트PCS와 AT&T와이어리스도 올 하반기에 같은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동통신회사들은 한결같이 이 휴대폰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가 매출부진을 일거에 만회하고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바라고 있다. 90년대 후반 연 25∼35%의 고성장을 구가한 이동통신업계는 최근 성장이 정체돼 지난해 하반기 가입자 증가율이 17∼18%에 머문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분석가들은 경기침체와 시장경쟁 격화, 포화상태로 올해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회사 주가는 경기침체 여파로 큰폭으로 주저앉았다. 스프린트PCS의 경우 2000년 여름 64달러에서 지난 26일(미국시각) 주가가 11달러25센트에서 맴돌고 있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미 휴대폰 가입자 10명 중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은 1명꼴이 채 안된다. 하지만 이동통신회사들은 앞으로 몇년 안에 데이터 서비스 이용자가 수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휴대폰 데이터 서비스는 일찌감치 아시아 일부 국가와 아시아보다는 덜하지만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회사 NTT도코모의 ‘i모드’ 서비스 가입자는 지난 3월 말 현재 3100만명에 이른다. 홈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일본인이 휴대폰을 e메일과 인터넷에 접속하는 포털로 이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휴대폰으로 재빨리 단문메시지를 두드려 전송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일본이나 유럽과는 달리 이같은 휴대폰 데이터 서비스가 보편화되지 못했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는 당분간 틈새시장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보스턴에 있는 시장조사업체 캐너스인스탯그룹의 돈 롱거일 분석가는 “대다수 사람들은 아직 이 서비스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한가지 이유는 바로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 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현행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의 분당 접속요금은 25센트로 사용지역을 벗어나면 분당 69센트다. 20시간을 사용한다면 로밍비용 없이 요금이 300달러에 이른다. 이는 장비가격이 제외된 서비스요금이다. 버라이존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기존 휴대폰을 ‘교세라(Kyocera) KWC 223’으로 바꿔야 하며 버라이존과 서비스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휴대폰 가격은 대당 170달러다. 랩톱컴퓨터로 버라이존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무선모뎀을 구입해야 한다. 한가지 인기 모뎀 모델의 가격은 대당 300달러에 이른다. 별도의 80달러짜리 키트를 구입해 교세라폰으로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버라이존·AT&T·싱귤러 모두 사용 데이터 용량을 바이트나 문자를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한다. 버라이존은 처음 1메가바이트(MB) 요금이 9달러이고 그 다음부터는 1024개 정도의 문자로 구성된 1킬로바이트( )에 2센트씩 든다. AT&T와 싱귤러도 비슷한 요금체계다.
이용자가 간단한 문자메시지만 교환하면 요금부담이 많지 않은 듯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웹을 서핑하거나 화려한 그래픽이나 음악파일을 내려받게 되면 요금이 금세 불어난다. 예를 들어 3분짜리 MP3 파일 노래는 3MB로 월 기본요금을 훌쩍 넘는다. 그리고 업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추가로 1MB마다 20∼30달러가 들어간다. 메디슨주 체비체이스(Chevy Chase)에 거주하는 독립 이동통신 분석가 앨런 라이터(Alan Reiter)는 “모뎀을 꽂고 서핑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다가 엄청난 요금에 큰코 다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휴대폰 데이터 서비스의 또 한가지 현안은 속도다. 최근의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접속속도가 당초 3G 서비스라고 약속한 속도에 훨씬 못미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이 정한 표준에 따르면 3G 네트워크는 정지상태의 속도가 2Mbps, 거리보행시 384Kbps, 고속도로 주행시 144Kbps 이상이다.
스프린트와 버라이존이 사용하는 이동통신기술인 ‘CDMA2000’은 하지만 데이터 전송속도가 3가지 표준 중 가장 느린 144Kbps밖에 안된다. 라이터 분석가는 “이 속도는 3G 속도의 3분의 1 수준으로 말 그대로 ‘1G’에 불과하다”고 빗댔다. 그런데도 ITU는 스프린트와 버라이존이 자신들의 기술을 3G 서비스로 광고하도록 허용했다. 싱귤러와 AT&T의 일반패킷무선서비스(GPRS) 기술은 속도가 더 느려 최고 115Kbps로 이로 인해 2.5세대(2.5G)로 불린다. 이 회사들은 GPRS 실제 속도가 다이얼업 모뎀과 비슷한 20∼70Kbps 사이라고 밝혔다. 이 속도라면 지난해 폐업 전까지 수천명의 베이지역 고객에 서비스했던 메트리컴(Metricom)의 무선데이터서비스 리커쳇(Ricochet)보다 훨씬 느리다. 리커쳇은 항상 128Kbps의 속도를 유지했었다. 덴버에 있는 에리네트웍스(Aerie Networks)가 전주 꼭대기에 설치된 라디오 전송기를 이용해 이 서비스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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