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와 컴팩이 하나로 되기로 한 데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에서 패자가 되고 싶은 양사의 열망이 숨어 있다. 실제 새(통합) HP는 스토리지 시장에서 연간 매출 64억달러, 시장점유율 26.3%로 EMC를 제치고 단숨에 세계 정상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또 작년에 470억달러를 보인 세계 서버시장에서도 새 HP는 26.7%(HP 12.8%, 컴팩 13.9%)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선마이크로시스템스(15.4%)를 제치고 IBM(29%)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1위인 IBM과는 불과 2.3%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나 불꽃 튀는 격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새 HP는 주주 및 고객들로부터 합병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장점유율 향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앞으로 이 분야에 극심한 저가 경쟁과 함께 새 HP에 맞서기 위한 또 다른 업체들의 전략적 제휴 등 동맹 바람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HP와 컴팩의 중복 제품 중 어느 쪽 제품이 ‘살생부’ 명단에 오를지도 주목거리다. 이와 관련, 시장전문가들은 IT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스토리지의 경우 양사 제품이 직접 경쟁하지 않아 큰 영향이 없지만 서버의 사정은 다르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버=서버 분야 중 현재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유닉스 서버의 경우 HP가 컴팩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시장 규모가 유닉스 서버보다 다소 작은 인텔 서버의 경우 컴팩이 세계 정상을 차지하며 HP보다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그림참조 그간 HP는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양사의 중복 제품을 정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올해부터 시장이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블레이드 서버의 경우 HP와 컴팩이 근소한 시기 차이로 시장에 제품을 내놓으며 선발업체를 형성하고 있어 어느 한 쪽의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레이드 서버는 마치 책장에 책을 꽂는 것처럼 수많은 독립형 로엔드 서버를 캐비닛에 꼽을 수 있도록 해 공간 활용과 에너지 절약을 꾀한 차세대 서버인데 HP는 지난해말 메이저 컴퓨터 업체중 처음으로 ‘파워바’라는 블레이드 서버를 선보였으며 이보다 조금 뒤 컴팩도 ‘퀵블레이드’라는 블레이드 서버를 내놓았다. 델컴퓨터도 이달초 블레이드 서버시장에 뛰어들었으며 IBM 역시 올 중반께 ‘엑스컬리버’라는 블레이드 서버를 발표할 예정이며 선도 연내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방침이다. ◇스토리지=그동안 서버의 명성에 눌려 조연에 머물러 있던 스토리지가 기업의 인터넷 데이터 처리 폭증으로 서버를 제치고 주연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도 작년부터 불어닥친 세계 IT경기 불황으로 성장률이 주춤거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따라 원가절감과 마케팅 및 신기술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세계적 스토리지업체들의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고 일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IBM과 히타치가 이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발표했는데 히타치는 앞서 지난해 8월에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동맹을 맺은 바 있다. 그리고 작년 10월에는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컴퓨터가 최대 스토리지업체인 EMC와 역시 손을 잡은 바 있다. 새 HP의 연간 스토리지 매출은 64억달러(작년기준)로 현 최대 업체인 EMC를 제치고 세계 정상에 서게 된다. HP는 이 분야에서 컴팩보다 뒤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컴팩은 작년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매출에서 빅5에 들었으며 지난해 11월 EMC와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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