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이 막대한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홈쇼핑 2개 채널의 수익이 1000억원에 육박, 전체 PP산업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케이블 방송 시장의 왜곡구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홈쇼핑의 엄청난 수익에도 불구하고 전체 PP산업에 대한 기여도는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어 업계공생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 요구되고있다.
◇PP산업 현황=출범 7년을 맞은 케이블 방송은 가입자 700만명를 유치하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케이블 방송의 외형적 성공을 이끌어냈던 대다수 PP들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며 굴곡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케이블TV가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까지에는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과 가입자 유치에 힘썼던 오락·교양·교육 등 모든 분야의 PP들의 공이 컸다. 하지만 PP들에게 돌아온 것은 계속된 적자였다. 일부 관계자들은 홈쇼핑을 제외한 케이블 PP들의 누적적자규모를 2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오락·영화·드라마를 제외한 교양·전문 채널들은 거듭된 적자와 채널확보의 어려움으로 방송을 접어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성장을 독점한 홈쇼핑=하지만 홈쇼핑 채널은 가히 기하급수적이라 할만큼의 성장추세를 보이며 케이블TV 외형 성장의 열매를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LG홈쇼핑은 매출액 1조637억원과 경상이익 544억원, 당기순이익 390억원을 올렸다. 지난 2000년의 매출액은 6018억원이었고 경상이익은 380억원, 당기순이익은 262억원이었다. 거의 2배에 가까운 성장추세를 나타냈다. CJ39쇼핑 역시 비슷한 경영성적표를 손에 들었다. 지난해 CJ39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3500억원 정도가 늘어난 7779억원, 경상이익은 162억원에서 319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당기순이익은 2000년 106억원의 2배가 넘는 225억원이었다. 이들 홈쇼핑 2개 채널이 거둔 실적은 일반 PP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치다. 표참조
◇전체기여도는 부정적 평가=홈쇼핑 채널들의 엄청난 경영성과가 일반 케이블TV PP들이 이룬 외형적 성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은 엄청난 순이익을 올리면서도 전체 케이블 방송 시장에 기여는 커녕 오히려 역효과만 파생시키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일례로 채널권 확보를 위한 홈쇼핑 채널들의 무리한 행태는 전체 케이블 방송시장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업계의 한관계자는 “지상파 방송 사이사이의 황금채널에는 모두 홈쇼핑 채널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30번대 이후에도 홈쇼핑 채널들은 중복 편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홈쇼핑 채널을 보기 위해 케이블 방송을 신청한 것도 아닌데, 홈쇼핑 채널의 독주가 지나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홈쇼핑 채널들이 황금채널을 부여받기 위한 로비는 다른 일반 PP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케이블TV업계에서는 최근 홈쇼핑 채널들이 좋은 채널을 받기 위해 30만규모의 시청가구를 가진 SO에게는 매달 약 1억원, 10만 가입자의 SO에는 약 2000만∼3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특히 최근 홈쇼핑 채널들은 SO 사장단뿐 아니라 실무자까지도 접대성 해외 출장을 보내줘 업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공생의 대안모색이 필요=업계 관계자들은 홈쇼핑 채널의 수익이 이제는 전체 케이블 방송의 발전을 위해 재투자돼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산업 창출과 케이블TV 가입자 증가를 위해 현재 죽어 가고 있는 순수예술·교양·전문 분야 채널들을 지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 홈쇼핑 채널의 수익이 긍정적 방향으로 재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홈쇼핑의 수익이 열악한 PP산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됨으로써 홈쇼핑의 성공이 전체 PP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고민해야할 때”라며 “이에 대한 업계 스스로, 또는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승화 PP협의회장은 “PP등록제 이후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경쟁력없는 PP는 정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홈쇼핑 채널과 타 채널과의 차이는 당연한 것이지만 홈쇼핑의 경쟁력이 일반PP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추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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