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산업용 인쇄회로기판(PCB)산업이 30돌을 맞았다. 전자산업의 ‘밭’에 비유되는 PCB산업은 그동안 한국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PCB산업은 중국의 거센 추격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이란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재도약을 다짐하는 한국 PCB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대안 등을 4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강산이 세 번 바뀐 30년 동안 가전기기에서 첨단 통신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부품인 PCB산업도 시장·기술 등의 측면에서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태동기인 지난 72년 4월 코리아써키트가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일본 히타치와 합작으로 PCB를 처음 생산한 이후 PCB산업은 현재 다층인쇄회로기판(MLB)·볼그리드어레이(BGA) 등 세계 1위 제품군을 양산할 정도로 성장했다. 디지털 가전의 출현과 통신기기의 고속화·고기능화·고주파화·소형경량화 추세에 따라 PCB업체들은 고밀도화·고다층화 등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 회로선간 폭(line/space)이 75/75㎛인 고밀도의 기판을 생산하는 등 세계 수준의 미세회로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선진국 업체가 샘플생산 정도에 그치는 고도기술을 필요로 하는 플립칩 기판과 임베디드 기판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심텍은 이달 플립칩 기판 개발을 완료,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독자기술력은 세계시장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 있다. 한국전자회로산업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PCB 생산량은 세계 5위 수준이며 대덕전자(12위)·삼성전기(19위)·LG전자(23위)·코리아써키트(25위) 등 국내 4개 PCB업체가 세계 50권 안에 랭크돼 있다. 초기 내수시장에 의존해던 PCB산업은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바뀌어 현재 생산량의 7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 73년 66만2000달러에 그쳤던 수출규모는 2000년 7억3000만달러로 무려 2000배 가량 늘어난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70년대 전자공업육성시책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서도 정부의 인식부족으로 한푼의 지원도 받지 못했던 PCB업체들이 전자산업에서 PCB가 핵심부품으로 떠오를 것이란 확신을 갖고 30년간 흘려온 땀의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 초기에는 PCB 후방산업인 원판·장비·케미컬 등 소재와 장비의 99% 이상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 했으나 지금은 소재업체들의 기술개발로 원판의 99%가 국산화돼 PCB업체들의 가격경쟁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른해를 맞은 PCB산업은 이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저가 공세와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PCB산업은 어느 해보다 어려운 시기가 예상된다. PCB업계는 이제 PCB기술의 고도화와 고효율화란 두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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