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박재홍 - 포항공대 박사(정보통신 전공) - 현대전자 책임연구원 (IMT2000 SW개발팀장, 차세대이동통신 표준화팀장) - 아이넴넷피아 대표이사(현) - 무선인터넷 표준화 포럼 운영위원(현) - IPv6 포럼 코리아 Mobile WG 의장(현) - 국내외 논문 50여편, 특허 출원 및 등록 50여편 - 2002년 표준화 전문가로 선정됨.
최근에 무선 근거리통신(LAN:랜)을 이용한 통신 인프라의 구축이 활발하다. KT·데이콤·하나로통신 등 대규모 망사업자가 새로운 통신 인프라의 하나로 구축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 소규모 사업자들이 각자의 필요에 의해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흔히 공중 무선랜이라고 해서 기존 이동통신망의 개념과 비슷하게 하나의 ID를 가지고 무선랜이 설치된 지역 어디에서든지 이용할 수 있는 광역성을 강조한 경우이고, 후자(목적 무선랜)의 경우는 특정 목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특정 서비스의 이용을 위해 구축된다. 이러한 무선랜망의 구축에 즈음해서 무선랜망간의 로밍을 다루는 것이 조금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선랜망처럼 핫스폿(hot spot) 개념을 가지는 경우에는 구축되는 무선랜망들이 얼마나 많은 지역을 커버하고, 또한 그 망들간에 사업자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연동이 얼마나 보장되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좌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초기 구축단계부터 로밍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물론, 한 사업자가 이상적으로 전국에 빽빽하게 무선랜망을 설치한다면 이러한 로밍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해서 그런 상황은 오기 어렵다고 보인다. 첫째는 기술적인 이슈다. 무선랜망은 이동통신망의 경우에 비해서 커버리지가 작다. 즉, 이동통신망의 기지국은 반경 수㎞까지도 통신이 가능하지만, 무선랜은 수십m에서 수백m 정도다. 또한 무선랜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이동통신망에 비해서 높기 때문에 장애물에 민감하다. 이러한 점도 무선랜망의 커버리지를 더욱 좁게 하는 주요 기술적 원인이다. 실제로 어느 한 사업자가 전국적으로 무선랜망을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설사 가능하다 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동통신망과의 연계서비스 필요성 및 다른 무선랜망 사업자와의 연계서비스 필요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둘째는 정책적 이슈다. 무선랜은 그 특성상 간섭에 약하다. 따라서 동일한 지역에 여러개의 액세스 포인트(AP)가 있는 경우 간섭에 의해서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현재 동일 지역에 3개 이상의 무선랜 사업자가 공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있다. 즉, 아무리 많은 자본력과 기술을 가진 사업자라 하더라도 이미 여러 사업자가 들어가 있는 공간에 대해서는 진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이미 들어가 있는 사업자와의 전략적인 제휴 및 로밍 협약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복투자 방지라는 측면에서도 동일 지역에 같은 목적으로 여러 사업자가 무선랜망을 설치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사항이다. 셋째는 비즈니스적인 이슈다. 전술한대로 공중 무선랜 사업자들과 목적 무선랜을 설치하는 업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다르다. 공중 무선랜 사업자들은 무선랜의 부가기능(순수 전송기능을 제외한 기타 보안이나 이동성 등에 관한 기능)을 선택할 때 광역성을 우선 고려해서 선택한다. 802.1x와 같은 인프라용 보안기술의 채택 움직임이 좋은 예다. 하지만 목적 무선랜을 설치하는 사업자 또는 업체의 경우에는 그 설치목적이 특정 서비스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금융거래에 무선랜을 이용하려는 업체들에는 엄격한 보안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일부 광역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보안기술이 강화된 기술을 선호할 것임은 자명하다. 마찬가지로 버스나 지하철 사업자가 승객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동성 지원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특수목적기술들은 공중 무선랜 사업자들이 일시에 수용하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나 사업목적상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특수목적으로 구축되는 목적 무선랜망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러한 목적 무선랜망과 공중 무선랜망간의 로밍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이상의 세가지 이유에 의해 무선랜망은 망 구축 또는 사업 주체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술한 바와 같이 그 연계방안이 중요하다. 이러한 연계방안으로는 크게 두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일종의 프랜차이즈 형식의 연계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대등한 관계에서의 로밍 방안이다. 전자는 주로 대규모 공중 무선랜 사업자와 소규모의 공중·목적 무선랜 사업자간의 연계방안으로 적합하고, 후자는 대규모 공중 무선랜 사업자간의 연계에 적합하다. 전자도 무선랜 사업의 초기시장에서는 상당히 많이 등장할 수 있는 모델이긴 하지만, 본고에서는 후자의 경우를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그리고 실제로 후자가 가능한 경우에 전자는 기술적으로는 지원하는 데 대부분 문제가 없다. 로밍을 위해서 필요한 기술요소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대개는 그림에서 보듯이 7개 정도의 구성요소를 필요로 한다.
<그림1> 로밍에 필요한 7가지 기술요소
<그림1>에서 ‘로밍협약(roaming agreement)’은 통신사 상호간의 로밍 지원을 위한 기술적·법적 부분에 대한 협약이다. 이 협약에는 기술 차이에 대한 정의는 물론이고 사업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다. 국제 로밍의 경우에는 어느 나라의 법을 따를지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된다. 다음으로 ‘네트워크’ ‘신호 및 번호 체계(signaling & numbering)’ ‘무선통신 접속표준(air interface)’은 이종망간의 로밍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선랜망간의 로밍시에는 ‘무선통신 접속표준’ 규격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802.1b와 802.11a라 하더라도) ‘신호 및 번호 체계’ 부분에 대해서만 사업자간 채택 기술의 차이를 적절하게 연동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선랜망과 이동망 연동의 경우에는 이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다음은 ‘오류관리(fraud management)’ 부분이다. 이 부분의 역할은 로밍 구현시에 발생하는 오류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부분이다. 구성요소로는 인증표준의 차이를 상호 교환하는 인증모듈 부분, 과금과 관련된 CDR 데이터를 보내주는 모듈(참고로, GSM의 경우에는 로밍 파트너가 홈 캐리어에게 CDR 데이터를 36시간 안에 보내줘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기술되어 있다) 등이 있다. 다음으로 ‘데이터 조정 및 정산(data clearing & settlement)’ 모듈은 상호 다른 과금 시스템 및 체계간의 조정·정산에 대한 부분이다. 이때 상호 교환하는 포맷은 대개 규정되어 있는데, GSM의 경우에는 TAP을 이용하고, CDMA 및 TDMA에서는 CIBER를 기본 포맷으로 활용한다. ‘고객관리(customer management)’는 로밍 환경에 있는 고객에 대한 응대 및 고객 분석에 관련된 부분이다. 여기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고객응답시스템이 필요하고 로밍 사용자의 현재 상태 및 로밍 사용자의 행태에 대한 분석이 이뤄진다. 이러한 로밍 및 클리어링 시장의 규모는 현재까지 대부분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고객이 주였으나 앞으로는 이동망과 무선랜간의 로밍 및 무선랜간의 로밍 등의 시장이 새로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시장에서는 이동통신망과 무선간의 로밍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로밍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02년에는 22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2> 세계 로밍시장 예측
국내외적으로 로밍 및 클리어링과 관련된 업체는 상당히 많은데, 그 중에서 무선랜과 관련한 로밍서비스와 관련된 업체들의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업체들은 주로 유럽과 일본의 업체들인데, 우선 핀란드의 소네라는 노키아와 공동으로 GSM망과 무선랜간의 로밍을 구현하고, 소네라의 자회사 Wgate의 무선랜 서비스와 소네라의 GSM 서비스간에 로밍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서 기술의 핵심은 무선랜 모듈이 내장된 SIM 카드를 활용한 방법이었다. 국내에서도 최근에 SIM 카드의 도입 움직임이 있으므로 이 방안도 국내 적용을 고려할 만한 방안 중 하나다. 이 로밍 서비스에서 걸림돌로 여겨지는 것은 무선랜망의 성장 추이다. 이를 고려할 때, 무선랜망의 급속한 성장시 국내에서 먼저 이러한 서비스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Performance Technology 컨소시엄이 있다. 여기에는 퍼포먼스테크놀로지(Performance Technology), 티넷(T-net), 트랜샛(Transat)의 3사가 포함되어 있는데 2002년 2월 19일 프랑스 칸에서 있었던 ‘GSM World Congress’에서 GSM·무선랜에 대한 로밍서비스를 시연했다. 이 컨소시엄에서는 이 서비스의 상용화 버전을 2002년 3분기 정도에 내놓을 예정이다. 다음으로 넷실(Netseal)이라는 회사는 핀란드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업체로 무선랜과 유선간의 로밍과 관련, 보안 및 이동성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실제로 무선랜간의 로밍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업체도 있다. 미국의 보잉고와이어리스(Boingo Wireless)라는 회사가 대표적인데, 이 회사는 미국 최대의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 중 하나인 어스링크(EarthLink)가 2001년 2월에 설립한 업체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의 수많은 중소 무선 ISP와 제휴를 맺어 자신과 제휴를 맺은 무선 ISP의 핫스폿을 하나의 ID와 정해진 요금체계를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델 자체는 기술적으로 큰 특징이 없으나 무선랜간의 로밍서비스 사업자라는 점에서 국내의 상황과 비춰 볼 때 상당히 의미있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이 회사는 400여개의 핫스폿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02년 말까지는 그 수를 5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림3> 보잉고의 모델
이상으로 무선랜 시장의 급격한 성장시에 로밍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와 이와 관련한 기술요소 및 업계 동향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무선랜망의 성격상 사업자간 또는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와의 로밍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또한 조급하게 느끼는 부분은 로밍 요소기술을 갖춘 국내 업체들은 상당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선랜 사업자들과의 이해 부족으로 로밍이 필요한 시점에 국내 업체들이 로밍에 최적화된 기술 패키지를 갖추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하는 점이다. 국내의 공중 무선랜 사업자와 관련 개발업체간의 인식 공유가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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