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7년이후 세계무역질서를 규정해온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이 자유무역확대를 통한 지구촌 공동번영이란 숙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맡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WTO는 이제 “세계무역에 관한 유엔”으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온전히 떠안게 됐다. 이에따라 WTO가 우루과이라운드(UR) 최종협정안에 함축된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앞으로 그려나가게 될 항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WTO의 기본정신은 국가간 상호호혜의 원칙 위에 관세 등 무역장벽을 철폐하고 무역상의 차별대우를 폐지하는 등 자생력 있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교역의 양적팽창 및 생활수준향상을 도모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WTO는 GATT체제로부터의 이행기였던 한햇동안 이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터잡기작업에 집중해 왔다. WTO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세계각국의 평균관세율을 86년9월 대비 33%이상 인하한다는 대원칙 이행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과의 회원가입협상을 지속, 앞으로 2~3년 이내에 155개 회원으로 덩치를 불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분쟁에 관한 최고재판소로서의 역할과 함께 전세계 교역의 95%를 조정하는 국제기구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는 뜻이다. WTO는 출범 직후부터 금융, 통신, 운송, 해운 등 분야별 시장개방협상을 일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교역활성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국가간 교역 및 경쟁기준 표준화방안도 검토 중이다.
WTO가 순조로운 항해를 지속할 경우 세계교역은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ATT의 평가대로라면 오는 2005년 세계상품교역액은 UR협정이 없을 때에 비해 7,550억달러(92년가격기준)증가하고 전체소득은 2,35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품교역액 증가분은 93년 전체교역액(3조5,800억달러)의 21%에 달하고 소득증가분은 세계각국의 국민총생산(GNP)25조달러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실제로 95년 세계상품교역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의 3배인 8%에 달할 것으로 추계되는 등 WTO체제하에서의 무역자유화효과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WTO의 전도는 그러나 밝지 만은 않다. 자국이기주의와 강대국논리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WTO의 산파역인 미국은 슈퍼301조를 앞세워 일방적인 무역보복위협을 서슴치 않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이와 유사한 수단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은 특히 WTO가 5년내 3번이상 미국의 이익에 어긋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의회의 의결을 거쳐 곧바로 탈퇴할 수 있다는 규정도 마련해 놓고 있다. 95년 미일 자동차 분쟁에서와 같이 강대국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신생 WTO체제의 기반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미국과 EU는 초대사무총장 선출과정에서도 심각한 갈등을 노출했었다. 금융 통신 해운시장 자유화에 대한 협상도 강대국들이 자국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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