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일상적으로 흘러가며 이는 우리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언제나 운행되는 대중교통, 밸브를 열기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수돗물 등은 우리에게 내일 뜰 태양만큼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이다. 그런데 제레미 리프킨은 우리의 일상이 언제까지나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인간은 그것을 점점 더 빨리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지구에 있는 사용 가능한 자원은 모두 고갈될 것이며, 인류는 멸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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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은 ‘엔트로피’라는 물리학 개념을 도입하여 이를 보다 상세히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변하지 않는다. 에너지에는 유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인간이 일을 할 때마다 유용한 에너지가 무용한 에너지로 변환된다. 따라서 전체 에너지 중 유용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무용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난다. 여기서 무용한 에너지의 비중이 바로 무질서도, 즉 엔트로피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심지어 숨을 쉬는 것도 산소라는 유용한 에너지를 이산화탄소라는 무용한 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편 엔트로피의 속도가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다. 리프킨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엔트로피의 증가 속도는 계속 빨라져 왔으며, 산업사회에 이르러서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 이유로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모여 산다. 인구의 집중화와 도시화는 직접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했으며, 의사를 결정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이해관계의 조정을 위해 거대한 중앙정치조직이 발생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동과 세금이 들어간다. 둘째로, 자본주의 체제는 헛된 욕망을 부추겨 불필요한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하게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생산해서 팔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꼭 필요한 재화만 생산해서는 모든 사람이 일할 수 없다. 따라서 영화산업, 패션산업처럼 실질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산업들이 발달하게 된다. 이 산업들에서 소비되는 재료와 노동력은 엔트로피 증가 속도를 크게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무분별한 기술 개발도 엔트로피의 증가를 촉진한다.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중화학 공업은 물론이고, 의료 산업과 같이 환경 오염과 상대적으로 무관한 산업도 엔트로피 증가에 기여한다. 어떤 질병의 치료법이 발명될 때마다 그 치료법에 면역을 가진 새로운 병균이 생겨난다. 또 인간의 수명이 늘어가면서 이전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연령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 있음을 알게 된다(성인병과 심근경색 등이 대표적이다.). 또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물은 항상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어서, 새로운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의료산업에 대한 투자는 이러한 악순환을 촉진하는 소모적인 지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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