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디아스포라’라는 말이 있다. ‘분산(分散) 혹은 이산(離散)’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유대인 공동체를 지칭해왔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 Jewish Diaspora, Chinese Diaspora, South Asian Diaspora, Italian Diaspora 등과 같이 사용되면서 원래 그들 민족의 거주지에서 벗어나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민족들을 지칭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디아스포라를 꼽자면 화교를 들 수 있다. 그 수로 보나 사회적·경제적인 역량으로 보나 화교는 중국 본토 국민과 맞먹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처음 이들은 고국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를 통해 동남아의 ‘또 하나의 세계’로 부상하면서 대만정부와 중국정부는 화교를 놓고 각 정부에 귀속시키기 위한 ‘화교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국력 신장과 대외 교류관계에 기여하는 바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같은 경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도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말로 한국 재외동포이다. 그 수는 벌써 700만을 돌파해 내국인의 14%에 이른다. 화교사회가 3700만, 유태계가 580만 명인 점을 감안할 때, 단연 세계 수위권 속에 속한다. 최근 들어 한국 재외동포의 현지 사회에서의 영향력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 정치·교육·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한인들의 소식을 접했을 때 나도 모르게 뿌뜻함을 느꼈던 경험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는 재외동포들도 마찬가지이다. 한민족 특유의 응집력으로 인해 이들 재외동포들도 조국이 잘 되면 함께 기뻐하고 조국이 어려우면 십시일반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비근한 예로, 해외에서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마다 현지 응원을 자발적으로 도맡아 해주는 교민사회나 특히 요즘 들어 한류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동포들의 모습만 봐도 같은 민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88올림픽 때 당시 약 540억 원의 거금을 희사하고 외환위기 시에는 약 1조원을 모국에 송금한 재일동포 사회와 같은 경우를 보면, 감사의 마음은 물론이고 이들 동포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이런 취지에서 작년에 매년 10월 5일로 제정된 것이 ‘세계한인의 날’이다. 특히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세계한인의 날은 건국 60주년과 함께해 더욱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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