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사용자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데, 크게 보면 이는 언어를 통한 인간의 의사소통 능력의 한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라는 제한된 도구를 가지고 의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말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무심코 쓰는 말이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음악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많은 단행본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책 제목들을 보면 대개 `한국음악`이란 글자가 붙어있다. `한국음악사`, `한국음악논집` 등이 예가 될 수 있는데, 반면 `국악개론`, `국악작곡입문` 등의 경우에 `국악`이란 말이 쓰이는 것으로 보아 대개 이 경우에는 `국악`과 `한국음악`이란 말이 넓은 의미의 `전통음악`과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전국의 많은 대학교에서 `국악과`란 명칭을 `한국음악과`로 바꾸었다. 몇 년 전 노동은 교수가 `국악`이란 용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 일어난 일이다. 노동은 교수는 국악이란 말이 일본식 용어이며, `National Music`을 일본식으로 해석한 `군국주의 일본의 국민음악`의 의미라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 이후 `국악`이란 말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매우 불순한 용어처럼 되었다. 많은 대학의 `국악과`가 `한국음악과`로 바뀐 것은 얼핏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은데, 이 과정에 `국악`이란 용어의 문제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상당히 깊지만, `한국음악`이란 용어에 대한 의식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몇몇 한국음악에 대한 논의들은 `한국음악이 전통음악과 동일한 의미와 범주인가 `, `전통음악 뿐 아니라 한국에서 한국인이 만든 소위 서양음악까지 한국음악에 포함시킬 것인가 `, 혹은 `그렇다면 대중음악도 한국음악의 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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