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민주주의의 민주화
한국 민주주의의 주요한 특징으로 ‘열망-실망의 사이클’과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전자는 선거과정에서 분출된 열망이 선거 이후, 즉 새로운 정부의 수립 이후 실망으로 변하는 주기적 순환을 말한다. 후자의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는 정당의 역할보다 언론과 검찰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가리키는데 그것은 ‘열망-실망 사이클’의 악순환의 결과이자 때로는 원인 혹은 그와 수반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열망-실망의 사이클은 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하나의 법칙적 현상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간 민주정부들이 보여 준 반복적 패턴이었다.
제도권 밖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이 민주화운동을 주도함에 따라 운동은 이념적으로 급진적이며 이상주의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운동에 의한 민주화가 민주주의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당(체제)의 저발전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냉전반공주의의 헤게모니적 영향으로 정당의 이념적 기반은 매우 협애했고 리더십은 허약했으며 오랜 권위주의로 인해 야당의 인적, 물적 자원은 특히나 빈약했다. 그러나 민주화는 운동이 중심이 된 거리의 場으로부터 선거경쟁의 장으로 정치의 중심을 이동시켰다. 그러면서 운동이 정치의 전면에서 후퇴한 반면, 정당이 그 중심 행위자가 되었다. 1987년 대선에서 민주화운동이 후보단일화-비파적지지-독자후보 등으로 분열된 것은 운동세력들이 스스로를 대표할 수 없었던 상황의 제약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주화 과정에서 협력했던 두 세력, 즉 운동세력과 야당 사이의 괴리와 긴장을 나타내낸다.
(위의 논의를 이어받아 야당의 집권정당 등극 시 직면하는 세 가지 문제)
① 리더십과 인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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