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태, 철학
Ԩ세기에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sein 동사’가 없는 언어로는 철학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좋게 봐주면, be 동사 역할을 ‘술어’가 대신하는 우리말이나 일본어를 몰랐기 때문에 그런 해괴한 주장을 했을 텐데, 실제로 be 동사가 상당히 재미있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There is nothing”이라는 문장을 일반적으로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지만 말 그대로 옮기면 “없는 것이 있다”는 뜻이 된다. 파르메니데스는 바로 이것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존재하지 않은 것이 존재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존재해야 한다. 모든 것이 존재한다면 빈 구멍이나 틈이 있을 여지가 없다. 빈 구멍이 없다면 운동도 있을 수 없다. 운동이란 꽉 찬 곳에서 빈 곳으로의 움직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운동이 없으면 당연히 변화도 없다. 결국 존재는 불변이요 불멸이 된다. 생성과 파괴 같은 건 없다.
제논이 선택한 수단은 교묘한 역설이다. 하나는 화살의 역설이다. 무릇 운동이라면 출발점과 목적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화살의 경우 출발점은 활이고 목적지는 과녁이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우선 과녁과의 거리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지점을 통과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나머지 거리의 절반까지 갈 것이다. 이런 식으로 추론하면 화살은 계속 앞으로 계속 나아가지만 결국에는 닿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떤 지점이든 남은 거리의 절반을 끊임없이 지나쳐야 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이상국가가 무엇인지 확실해진다. 그것은 절제를 아는 사람이 경제를 맡고 용감한 사람이 국방을 담당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정치를 책임지는 국가다. 국가의 수뇌가 되는 지혜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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