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일본말 찌꺼기를 쓰다니
이 강로
전 단국대 교수
우연히 은행에 갔다가 이상한 토막글을 보았다. 내용은 금 모으기에서 금의 무게를 그램(gram) 아래 셋째 단위까지 값을 쳐서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대로 옮기면 “소숫점 셋째 자리 이하 절사”이다. 이 “절사”는 일본말의 “キリステ”(切捨)의 한자를 그대로 국어 한자음 “절사”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있기 한달쯤 전에 한자 섞어 쓰기의 총수인, 이미 세상을 떠난 ㄴ 교수의《古今漢韓字典》이란 책의 서문에서, “87년 4월에 이르러 西江總業社에서 電子組版을 하겠다 하여 見積書와 見本組版한 것이 出版部에 들어와…”라는 글을 보고 심사가 잔뜩 상한 판에 또 이 토막글을 보고 나니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분노와 서글픔이 한데 치솟았다. 앞의 “절사”(切捨)는 일본 사람들이 일본말 “キリステ”를 한자를 빌어 적었을 뿐이다. 한국의 위치에서 보면 입말이 될 수도 없고, 일반적으로 통용하지도 않는 두 한자의 집합체일 뿐이다.
오래 전에 군(軍)에서 “수입”이란 말 아닌 말을 쓴 일이 있었다. 이것은 일본말 “テイレ”를 일본 사람들이 한자의 새김을 빌어 “手入”으로 쓴 것을 비판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서 그 잘못이 알려지자 바로 “손질”로 바로잡아 썼다.
이 “切捨”도 바로 이런 경우인데, 우리 나라 말글살이에서 가장 잘못 알고 잘못 쓰고 있는 경우이다.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見積書”나 “見本”도 일본말의 “ミッモリカキ”와 “ミホン”을 한자의 새김을 빌어 적은 것이다. 우리 국어의 측면에서 보면 이것도 말 아닌 한자의 집합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말의 소중함이나 일본말 조어법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한자로 쓴 것이면 모두가 말이 되는 줄 아는 그릇된 판단에서 꽤 널리 사용하였던 것이다. 이것들의 잘못을 알게 되어 “견적서”는 “추산서”(推算書)로, “견본”은 “본보기”로 바로잡아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데 명색이 국어학자로서 이런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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