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배반한 역사 (2003.4, 인물과사상사).
언제부턴가 필자는 박노자교수의 글은 가급적 빠지지 않고 읽는 독자가 되었다. 그의 글은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생각을 일거에 무너뜨려버리기도 하고, 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지적하여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의 글이 지니는 이러한 힘은 이방인이랄까 아웃사이더가 훨씬 더 한국을 정확히 볼 수도 있다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도 생각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그의 세계관, 역사관이 그만큼 날카로운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박노자 교수는 볼래 러시아인으로 모스크바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한국사학자이다. 그는 대학원 시절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공부를 했고, 학위를 받은 뒤 잠시나마 한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외국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지만, 최근에는 아예 한국인으로 귀화하였다고 한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은 여전하다. 그는 앞서 펴낸 책 당신들의 대한민국 (한겨레신문사, 2001년)에서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는 여러 부정적인 측면들을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것들은 전근대적인 우상숭배, 강한 폭력성, 국가주의적인 민족주의, 인종주의와 배타성, 진보 속에 숨은 전근대성 등이었다. 이처럼 그는 한국사회가 지닌 전근대성을 지적하고, 이를 비판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나를 배반한 역사 은 그동안 그가 인물과 사상 이라는 한 월간지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책 제목에서의 나 란 개인 의 다른 표현이다. 그는 한국근현대사가 개인 을 억압한 전체주의적 속성이 강한 역사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나를 배반한 역사 를 풀어서 표현하면, 개인을 억압한 한국근현대사 가 된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의 민족주의에 대한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그는 앞서 펴낸 당신들의 대한민국 에서 한국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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