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문학 속의 자본주의 자본주의의 사회체제가 우리의 보편적인 삶의 양식을 규정짓기 시작한 이래, 문명비판 의식이 문학 속에 어떤 형태로 수용되어 왔는지를 더듬어보는 일은, 아마도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근대 이후의 문학사 전체를 살펴보는 일에 맞먹는 규모의 작업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의 각 구성원들에게, 중세 봉건 사회의 세습화된 집단적 삶의 질서가 강요한 이름 없는 개체로부터 개인적 삶의 주체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개인에게 보다 자유롭고 능동적인 자기실현의 무대를 보장해줄 것처럼 믿어졌던 근대 초기 이후부터, 인간의 삶을 돌이킬 수 없이 비인간화된 물질문명의 한 가운데로 휘몰아쳐온 지금에 이르기까지, 문명비판 의식은 여러 형태의 변주를 거듭하면서 근대 이후 문학의 존재기반을 규정짓는 주요한 추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실상 문학에서 문명비판 의식의 출현은 근대문명의 시작과 더불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근대 이후의 서구의 문학사는 한마디로, 문학이 인간의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커다란 변모를 가져다 준 자본주의적 사회체계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 적응 응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진술이 단순한 추측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서는 서구의 문학사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체계적인 고찰 필요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와 같은 광범위한 작업을 감당할 능력이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그것은 이 글이 다루고자 하는 논의의 범주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일이기도 하다.문학이 다른 어떠한 예술 영역보다도 인간의 삶을 직접적인 질료의 차원에서 다룬다는 점을 인정할 때,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문학작품들 속에서 자본주의 사회체제, 혹은 근대문명의 영향이 단순히 외적인 사회적 현상들로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의식,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되어 나타나는 양상들이다. 근대 이후의 소설에서 문제적 주인공의 등장과 그 주인공이 영위하는 삶의 질의 변화는 사회체제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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