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제지공업과 종이소비
파피루스는 기록하는 재료로서 당시 다른 어떤 것보다 편리하였으므로 중국의 제지술이 유럽에 전하여진 8세기경까지 지중해 연안에서 소아시아에 걸쳐 널리 보급되었다. 현재 영어 paper를 비롯하여 유럽 나라들의 ꡐ종이ꡑ라는 단어의 어원은 파피루스에 연유한다. 이 때문에 파피루스를 종이의 기원이라고 하는 설도 있으나, 엄밀한 의미의 종이라고 규정짓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이집트 사람들의 파피루스는 식물을 활용하여 기록하는 재료를 제조하는 기술로는 매우 우수한 것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뛰어난 기술을 발명하고도, 더 나아가 종이를 초조(抄造)하는 방법까지 발전시키지 못하였던 것은, 당시에 풍부한 노예의 노동력이 있었으므로 기록하는 재료를 다량으로 손쉽고 값싸게 구할 수 있어 기술개발이 필요하지 않았던 사회였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는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간(簡)과 독(牘)을 많이 사용하였고, 연대를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붓이 발명되면서부터 비단이 함께 사용되었다. 또 BC 10년경 전한(前漢)에서는 여자들이 풀솜의 찌꺼기를 늘려서 만든 것을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전한에서 사용하였던 간은 대나무, 독은 나무의 조각을 잘 다듬어서 표면에 나무즙으로 필요한 것을 기록하여, 그 조각들을 가죽이나 마끈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서적·공문서·편지 등을 만들거나 읽을 때의 번잡성이 어떠했는지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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