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발견의 과학성과 사회성
II. 발견의 최초성 판정: “허락된 발견”과 “합의된 발견”
III. 결 론
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발견을 지향한 과학행위는 발견자가 수용하고 있는 과학철학적·방법론적 협약과 절차를 벗어날 수 없으며, 또한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생산된 지식의 광범위한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과학자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틀, 즉 특정한 과학계 내의 고유한 사회문화구조에 의해 그 양상이 결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어떤 지식의 생산이 발견의 칭호를 얻으려면 일련의 과학적·사회적 인증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발견이란 용어는 단순히 특정한 과학철학적 입장에서 본 어떤 지식의 최초성이나 참신성 확보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최초성에 대한 연구 프로그램(research program) 혹은 연구전통(硏究傳統 research tradition)
. 여기에서 연구전통이라는 용어는 “연구영역에 있어서의 실체와 과정, 그리고 연구문제를 탐색하고 이론을 구축하는데 사용되는 일단의 일반적 가정”이라는 로던(Laudan
1977)의 정의에 더하여, 연구문제선택에 있어서 범주의 일관성과 독특성, 정서적·학문적 연대의식에 입각한 연구자들의 조직화와 통합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된 것이며, 따라서 부정 혹은 수정될 수 없는 인식론적·이론적 “중핵(中核 hard core)”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보조가설의 “방어환(防禦環 protective belt)”으로 이루어진 방법론적 규준 혹은 “강력한 문제풀이 기제(a powerful problem-solving machinery)”로 정의되는 라카토스(Lakatos 1986)의 연구 프로그램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내에서의 합의형성과 더 나아가 범사회적인 수용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의 인증양상을 가장 명백하게 드러내는 경우는 이른바 과학혁명(scientific revolution)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새로운 이론에 의한 기존이론의 합리적 타도”로서 시작된 급진적 과학행위가 점차 이념적 혁명의 성격을 얻게 됨에 따라 과학성과 정치성을 순차적으로 획득한 코페르니쿠스와 다윈(Charles Darwin)의 자연과학혁명(Popper 1975, 88)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부분의 중요한 발견은 상당 기간에 걸쳐 우선 특정한 과학계의 인증을 얻은 후, 다음으로는 과학계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수용과 확산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비로소 발견의 칭호를 얻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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