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II. 오스카르 마체라트의 시대사적 함의
III. 맺는 말
귄터 그라스의 첫 장편소설 『양철북』이 발표된 지 사년 후인 1963년 서독의 저명한 비평가 클라우스 바겐바하는 이 작품을 다룬 비평, 연구, 서평 등을 개괄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해석은 저지되고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텍스트는 근본적으로 해석을 거부한다." 『양철북』이 지녔다고 하는 이 '근본적인 해석거부'는 그 이후의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극복되지 않은 것 같다. 쾰른 대학의 교수로 독일에서 가장 권위있는 그라스 연구자인 폴커 노이하우스마저 1976년에 - 그러니까 바겐바하의 우울한 진단이 있은지 16년이 지난 후 - "바겐바하의 이 말은 그간에 있었던 수없이 많은 해석들에 의해 반박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확인되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곧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양철북』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아쉬워 한다. 앙드레 피셔가 1992년 박사학위 논문에서 이 소설의 연구상황에 대해 내린 - 그러니까 가장 최근의 포괄적인 - 결론도 희망적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양철북』의 심미적 특성은 학문적으로는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양철북』의 연구상황에 대한 위의 세 연구자의 말은 이 작품에 대해 아직도 일반적으로 인정된 해석과 독법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 소설이 전후 독일문학사상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은 작품 중 하나이고, 나치 시대에 단절된 독일 소설의 전통을 다시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때 무척 기이하다는 느낌을 준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형상화 원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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