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대비하기 위해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을 읽던 중 한 대목에서 갸우뚱해진 일이 있었다. 정부지출의 증가가 이자율을 상승시켜 민간투자를 위축시킨다는 ‘구축효과(crowding effect)’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맨큐와 같은 원론서는 대부자금시장의 공급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음의 충격)시켜 이자율의 상승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반면, 크루그먼은 수요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양의 충격)시키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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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 경기 침체의 광풍이 전 세계를 휘몰아쳤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손쉽게 잡히리라 예상했던 경기후퇴는 5년 차에 접어든 2013년 오늘날에도 채 수습되지 않고 있다. 불길을 잡았다 싶으니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고, 수습했다 싶으니 유럽發 재정위기가 닥쳤으며, 지표가 호조를 보인다 싶으니 이내 되돌아가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대한민국 경제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았다. 경제성장률은 2011년 3.6%에서 지난 해 2.7%까지 떨어졌고, 올해 전망치는 2.8%로 그리 밝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 관료와 경제학자들이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 나름대로는 빠르게 현상을 진단했고 처방을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에는 잘 듣던 ‘통화 팽창’의 치료법이 이번에는 잘 먹히지 않으면서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긴 터널 속을 헤매게 되었다. 이내, 위기의 원인을 둘러싼 신념과 정책의 대결이 벌어졌다. 때로 그 싸움은 국민경제보다는 특정 집단의 경제적 이익이나 학문적 헤게모니를 대변했다. 어떤 이는 정부의 무책임을 비난했고, 어떤 이는 노조를 탓했다. 지루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직장을 잃은 근로자의 고통과 빚더미에 앉은 가계의 신음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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