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저지르고 보는 불확정적 고의. 아르투어 슈니츨러와 스탠리 큐브릭, 그리고 슈테판 크로머. 이들은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불특정 다수의 독자와 관중들이 작품을 감상한 후 어떤 감정을 갖게 될지 어느 정도 인지하면서도 작품을 자신들의 자궁 밖으로 내보냈다.
인간들은 현실에서 못 이룬 행위를 상상이나 꿈속에서 실현시키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인간의 자유롭고 한계를 모르는 상상력과 잠재된 무의식이 표출할 수 없는 욕망을 반쪽짜리이더라도 이뤄주니 얼마나 편리한가를 예찬하는 것이다. 기독교적 입장에서 보면 마음으로 지은 죄도 실제로 저지른 살인죄와 다름이 없다. 죄는 죄일 뿐, 경중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세상에서는 증거나 흔적이 없는 나의 뇌 속 세상이 나의 행동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실제로 발생하는 불행에 간접적 영향을 끼쳤다고 해서 사람을 죽인 범죄자와 같은 벌을 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차근히 따져보면 전자가 더 섬뜩하다. 아닌 척 하면서 결국 리비아를 죽음으로 내몰고 지나치게 자신의 속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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