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 감상문
이범선(李範宣)의 특색은 대부분의 평자(評者)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들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는 `오발탄(誤發彈)`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 짙은 리리시즘을 밑바닥에 깐 그의 회상적 취향(回想的 趣向), 얼마 되지 않은 봉급에 뿌리혹박테리아처럼 다닥다닥 매달린 식구들을 즐겨 보여 주는 그의 소시민에 대한 완강한 집착, 그러면서도 양심이라는 가시를 끝내 빼 버릴 수 없는, 아마도 틀림없이 기독교적 교육의 잔재(殘滓)인 듯한 도덕률(道德律), 이런 모든 그의 특성은 `오발탄`에서 희귀하리만큼 완벽한 예술적 환치(換置)를 획득하고 있다.
얼핏 줄거리만을 따라간다면, `오발탄`은 소위 사변 이후의 암담한 현실에 대한 격렬한 고발 문학이다. 생활 때문에 아픈 이를 뺄 수도 없고, 칠백 환짜리의 나일론 양말을 사면 반 년은 신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백 환짜리 목양말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계리사(計理士) 사무실 서기 송철호(宋哲浩)`의 주변에 깔려 있는 여러 인물들, 가령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끝내 미쳐 버리고는, 숨쉬듯이 `가자`라는 말만을 되뇌고 있는 그의 어머니,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가 상이 군인이 되어 돌아온 뒤, 이 년이 넘도록 취직도 못하고 친구들 사이에 끼어 술로 울분을 달래는 그의 동생, 양공주가 되어 남의 수모(受侮)를 받으면서도 밤이면 남몰래 어머니의 뼈만 남은 손을 붙잡고 울고, 올케의 병을 위해 자기의 몸을 판 돈을 오빠의 손에 쥐어 주면서도, 뒤축에 커다란 구멍이 난 나일론 양말을 신고 있는 그의 누이동생, 지난날 자기가 음악을 했었다는 것도, 미인이었다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남편과 어린 딸에게만 매달려 있는 만삭의 아내, 그리고 마침내 그의 소설의 여기저기에 나타나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저 영양 실조에 걸린 어린아이, 이런 모든 인물들을 그 자체가 부정 부패와 생활에 대한 정망 때문에 정신적 지주를 잃은 사변 후의 현실에 대한 작가 나름의 독특한 고발이며 항변이다. 이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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