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초록빛 숲이 눈안 가득히 들어오고 바람을 만지는 듯한 묘한 착각이 들게 할 만큼 섬세한 화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제8요일』은 제목에서 풍기는 신비한 이미지와 같이 달력에서는 어느 날 유리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에서 낯선 이질감을 느낀다. 이미 도시 문명 속에 기계화된 상품과도 같이 ‘자신’이라는 존재를 상실한 것이다. 이렇듯 『제8요일』은 정체성을 잃어버린 중년 남자와 선천적인 장애인 사이의 우정을 담고 있는 인간성 회복의 영화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해리(다니엘 오떼이유)는 세일즈 기법 강사다. 그러나 해리는 자신의 차갑고 계산적인 삶의 태도에 염증을 느끼는 부인 줄리와 별거중이다. 해리는 줄리와 어린 딸들과 함께 다시 화목한 삶을 되찾는 것이 꿈이지만 부인 줄리의 마음은 굳게 닫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어느 날 해리는 비오는 밤길에 차를 몰고 가다가 우연히 개를 치게 된다. 그 개의 주인은 요양원에서 탈출한 다운증후군 환자(파스칼 뒤켄)이다. 다운증후군이란 선천성 정신박약의 일종인 염색체 이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동·서양 구분없이 얼굴 모양이 비슷하다. 환자들의 얼굴의 생김새 때문에 일명 ‘몽고증’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영화 속 조지는 자신이 몽고인의 후손이라는 상상에 잠기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정신박약으로 요양원에 기거하는 조지는 어머니가 이미 몇 년 전에 죽었는데도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환상의 세계와 현실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어머니를 찾아다니고 있다. 해리는 때묻지 않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조지에게 점점 매료되고 극심한 초코렛 알레르기가 있는 조지에 대한 연민과 더불어 일종의 묘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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