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에 이 책을 잡으면서 내가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그리고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약간 부담스러웠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 가면서 나의 온 정신이 책속으로 빠져 드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몰리나와 발렌틴이 수감되어 있는 비야 데보토라 라는 형무소의 좁은 감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발렌틴은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검거된 정치범이며, 몰리나는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파렴치범이다. 또한 몰리나는 동성애자이다. 그러나 그들이 무슨 죄목으로 감방에 갇히게 됐는지는 이 작품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동성애자인 몰리나와 반체제 운동가인 발렌틴 모두 체제가 요구하지 않는, 혹은 스스로 체제를 거부한 체제 밖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수감되어 있는 감옥은 체제가 그들을 수용하는 공간인 동시에 끊임없이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억압하는 체제 그 자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몰리나는 따분한 감옥생활을 견디기 위해 발렌틴에게 그간 보았던 여섯 편의 영화이야기를 해 준다 (대화 내용의 대부분은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이다). 몰리나의 입에서 마치 거미가 실을 풀어내듯이 풀려 나오는 영화 이야기는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인 몰리나 에게 자신의 상처받은 성 정체성을 환상적으로 보상해준다.
그것은 감옥보다 더 생생한 현실의 세계이다. 처음에 발렌틴은 몰리나를 의식이 결여된 인물로 간주하고, 마르크시즘에 입각하여 몰리나가 해준 영화 이야기를 해석함으로써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둘은 계속된 대화와 몰리나의 헌신적인 간호로 발렌틴의 병이 나아지는 등의 일들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급기야 다섯 번째 영화 얘기를 할 즈음에 육체적인 관계까지 맺는다. 발렌틴은 몰리나를 통해서, 인간 평등을 추구하는 자신이 얼마나 성에 있어서 불평등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깨닫는다.
거미여인이란 현실의 허공 위에 끊임없이 투명한 환상의 실을 갖는 몰리나 자신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발렌틴은 몰리나가 빠져 있는 환상 은 마약처럼 해로운 도피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혹독한 고문 끝에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발렌틴 역시 거미여인의 환상 속에서 마지막 짧은 행복을 맛본다.
사실 거미줄이란 얼마나 망가지기 쉬운 것인가. 그러므로 작품의 끝에서 몰리나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차가운 현실의 벽 앞에서 죽음 을 당하는 것은 이미 예정된 결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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