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를 읽고····
재미작가 김 은국씨의 순교자 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역경과 고난의 연속이었던 시대, 암울하고 아무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던 시대,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인간 이하로 만들던 조선 민족의 비참하고 슬픈 시대, 그러한 일제 치하의 시대에 과연 참 순교가 가능했을까 정말로 그들의 순교가 그들 자신 내부속의 영적 투쟁 가운데 일어났던 것일까 그 순교자의 순교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순교자는 있었더란 말인가 그리고 오늘의 삶의 정황 가운데서의 이 시대의 참 순교자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 고 하신 전도서 기자의 말에 순응하고 “헛되고 헛되니 모두가 헛되다.” 라는 절대 희망 없음의 좌절이었다. 그러한 나의 생각은 인간의 실존을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서의 긍정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 책 -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 - 을 덮었다. 그것의 읽기를 끝냈다. 그리고 나는 나의 그러한 생각이 하찮은 나의 합리화였고, 죄인으로서의 나자신에 대한 회피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의 첫장을 펼칠 때 나는 대체로의 선입견에 만족한 상태였다.
‘그래, 손양원 목사님이란 분이 계셨지. 그 분이 아마 문둥병 환자들을 돌보신 분일걸. 참! 그 분이 순교를 하셨다던데. 참 어려운 시대였지. 그리고 그 분의 두 아들도 그렇게 죽었을걸 공산당은 다 너무 잔인했다니까. 그 두 아들을 죽인 청년을 양자로까지 삼았다는 걸 보면 아마 손양원 목사님이란 분 아마 당시의 대단한 신앙가 이셨나봐. 난 못해! 어떻게 그럴수가 있겠어 ’
이런 정도의 내 전이해는 특별히 그분에 대한 책을 읽은 것도 아니었고, 그저 남들이 하는 말을 들은 것으로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펼쳐 그것을 읽고, 그것으로부터 고개를 들고 책을 덮을 때까지 나는 나의 그러한 모든 전이해가 전혀 감동 받지 않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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