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이별 영이별” 감상문 연극계의 대스타라 불리는 윤석화, 그녀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정순왕후에 대해서는 TV드라마나 역사소설에 단종과 함께 등장했었다는 단편적이고 어렴풋한 기억이 전부였다. 소극장 공연은 처음이어서 그 아담한 규모에 놀라움 반, 한편으로는 즐거움 반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듯한 바로 앞 무대에서 펼쳐질 연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무대와 객석과의 밀도 있는 거리가 주는 오묘한 긴장감. 마침 나의 바로 뒷자리에는 도올 김용옥 교수님께서 자리를 하셨다. 재작년에 중앙대 초빙교수로 오셨을 때 ‘전통과 사유’수업을 들었던지라 인사를 드렸더니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셨다. 그리고 “착하구나, 이런 공연도 다 보러오고......”라는 칭찬을 해주셨다. 사실 수업 때문에 공연을 보러온지라 칭찬에 멋쩍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내심 흐뭇하기도 했다. 곧 객석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까만 어둠과 적요 속에서 공연의 막이 올랐다. 빛과 어둠 그리고 그녀. 그녀 윤석화 아니, 정순왕후가 있었다. 대극장에서는 스펙타클한 큰 그림, 군무, 하다못해 영상이나 시각효과에 묻혀서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여기서는 모든 것이 적나라하다. 작품의 모티프는, 복원작업이 마무리에 다다른 서울 청계천의 한 다리. 아직 복원이 덜 된 이 다리의 이름은 영도교(永渡橋)다. 영영이별 영이별 다리. 이 같은 이름이 붙게 된 배경에 바로 단종과 정순왕후의 절통한 이별장면이 깔려있다. 마지막 귀양길을 떠나는 남편 단종을 끝까지 따라나서지 못하고, 기껏 영도교 까지만 배웅할 수 있었던 정순왕후의 한 맺힌 피눈물이 떨어졌던 장소인 것이다. 방년 열다섯의 나이로 중전의 자리에 앉은 정순왕후는 3년이 지난 열여덟에 남편과 헤어져 ‘영영 이별’을 해야 했던 인물.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애통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82세의 고령에 이르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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