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고시원 체류기」를 읽고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겨울방학을 맞은... (참고 : 1page는 표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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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고시원 체류기」를 읽고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겨울방학을 맞은 1월 1일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으므로 자율학습을 해야 했고 학교에 등교해야 했다. 그때 내 동생은 7살이었다. 띠 동갑인 내동생도 방학을 맞았다. 부모님은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동생은 내 몫이었고 유치원 종일반의 일주일간의 방학에 맞춰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었다. 생각해보면 방학 같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의 방학동안 자율학습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때는 마냥 싫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서 좋은 것도 하루이틀이지 삼일 째가 되자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 우울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져서 온몸에 힘이 빠지고 짜증만 늘었었다.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하루 종일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다가 밥을 먹고 다시 컴퓨터를 했다. 가로세로 네모난 천장을 보고 누워서 새해가 왔는데 나란 인간은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마냥 멍하게 있었다. 애벌레처럼. 갑을고시원은 사실 번데기와 같다. 관(棺)만한 크기의 번데기. 그 안에서 주인공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그저 ‘산다’. 1센치미터의 베니어판을 사이에 두고 소리 없이 방귀를 끼고 워크맨을 듣지 않으며 코를 눌러 짜며 산다. 먹고 눈뜨고 생활하다가 배설하고 잠든다. 주인공도 애벌레, 김 검사도 애벌레, 옆방 여자도 애벌레, 그 옆방의 옆방 여자도 애벌레인 것이다. 주인공은 친구가 짐을 옮겨다주며 ‘여기서 살 수 있을까 ’ 하는 - 새겨듣기에 따라 화가 나거나 서운하거나 서러움이 북받치기에 충분한 말-을 들으면서 그저 ‘외롭다’라고 느낀다. 그리고 늘 혼자였다 - 좁고, 외롭고, 정숙하고, 정숙해야만 하는 방 안에서, 웅크리고 , 견디고, 참고, 침묵했다-. 김영하의 「퀴즈쇼」를 생각한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이 있었다. 고시원에서 ‘살았던’것 뿐만이 아니다. 그는 컴퓨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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