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작가 박태원의 생활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문득 얼마전에 읽은 암사지도가 생각이 났다. 공통점이 거의 없는 두 소설이지만 웬지 두 소설 모두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며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주인공처럼 걷다나 결국은 걸으면서 보고 느낀 것과는 다른 무기력한 결론을 내는 나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 스물여섯 살의 구보는 정오에 집을 나와 광교, 종로를 걸으며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시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신체적 불안감을 느낀다. 무작정 동대문행 전차를 타고는 전차 안에서 전에 선을 본 여자를 발견한다. 일부러 모른 체하고 있다가 그녀가 전차에서 내리고 난 후 후회한다. 혼자 다방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자기에게 여행비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독을 피하려고 경성역 삼등대합실로 가나, 오히려 온정을 찾을 수 없는 냉정한 눈길들에 슬픔을 느끼며, 거기서 만난 중학 시절 열등생이 예쁜 여자와 동행인 것을 보고 물질에 약한 여자의 허영심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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