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줄곧 서울에서 자나났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 오면 가끔씩 강원도의 친척집을 방문하여 한달 정도 생활을 하고 올라오곤 하였다. 그 시절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골생활의 낭만과 놀이, 다양한 볼거리를 즐겼으면서도 가장 싫었던 것은 대문 끝에 붙어 있는 화장실을 가는 것이었다.
들어가면 코 끝을 괴롭혔던 그 냄새들과 밤이 되어서 화장실을 가야 할 때의 그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이 나를 무척 괴롭혔던 것 같다. 동네에서 놀이를 할 때도 주변 주변이 다 퇴비를 쌓아놓고 있어서 온 동네가 좋지 않은 냄새로 진동하였기 때문에 나의 낭만적인 여름방학에 큰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인분퇴비로 재배한 푸성귀로 손님을 대접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손님으로 방문했던 영국인 부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똥을 먹지는 않습니다." 사실 1백년 전 미국 정부는 법으로 인분을 퇴비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배설물 안에 들어있는 각종 세균과 병원균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배설물의 혐오문화 속에서 등장한 이 책은 거의 놀랄만한 수준이다. 20년의 인분퇴비 노하우를 지구촌 생태문제, 혹은 노장(老莊)사상과 연계시킨 이 미국인 저자의 문제의식 역시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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